'노예 계약' 한수원·한전, 북미·유럽 원전수출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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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원전 두코바니 5·6호기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에 합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미와 유럽 시장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시장 진출이 불가능한 국가를 지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은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 합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를 위한 최종 계약 과정에서 나왔다.

한수원이 진출할 수 있는 나라는 이들 나라를 제외한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이집트)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요르단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계약 기간은 50년이다.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는 원전 1기당 1조원 이상이다. 한국 기업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맺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폴란드 원전 사업 철수 계획을 묻는 질의에 "일단 철수한 상태"라고 전하며 '폴란드 철수'를 공식 인정했다.

황주호 사장은 철수 이유와 관련해 "폴란드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원래 투 트랙으로 진행하던 정부 사업과 국영기업 사업이 있었는데 국영기업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어나자 정부도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강훈식 비서실장이 19일 오전 일일 점검회의에서 한수원·한전 및 웨스팅하우스 간 협정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진상 내용을 보고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공공기관인 한전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다 준수됐는지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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