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nee-jung-hoo.”
미국 언론들은 18~19일(이하 한국시각) 일제히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이정후의 ‘LEE’ 대신 ‘KNEE’로 일종의 언어유희를 했다. 이정후는 18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서 진기명기급 수비를 선보였다.

0-0이던 4회초. 탬파베이 선두타자는 얀디 디아즈. 샌프란시스코 마운드는 에이스 로건 웹. 웹이 초구 83.9마일 스위퍼를 던졌고, 디아즈는 낮은 공을 우중간으로 힘 있게 밀었다. 오라클파크는 우중간이 좌중간보다 훨씬 깊숙하다. 수비하기 까다로운 지역.
그러나 이정후는 105마일짜리, 비거리 383피트, 발사각 26도의 이 타구를 잘 쫓아갔다.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시도해 타구를 처리했다. 그런데 타구가 글러브에 들어간 게 아니라, 슬라이딩한 이정후의 몸으로 떨어졌다.
타구가 자연스럽게 하체로 향했고, 이정후는 두 무릎을 최선을 다해 오므렸다. 타구는 그라운드에 떨어지지 않은 채 이정후의 양 무릎 사이에 꼈다. 이정후는 공을 손으로 잡고 들어올려 아웃카운트를 인정을 받았다. 야구규칙상 타구가 야수의 몸에 머무르는 것은 안타로 인정받지 않는다.
최근 디 어슬래틱은 이정후의 수비력을 비판했다. 공격에서 벌어들인 생산력을 고스란히 수비로 까먹는다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 상당히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타격에 가려서 수비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시선이 많았다. 어깨도 좋고, 타구판단능력, 수비 범위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뽐냈다.
메이저리그는 역시 정글이다. 수비를 잘 하는 선수가 워낙 많아서, 이정후의 수비력이 그렇게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18일 ‘무릎 수비’로 보듯, 이정후는 절대 수비를 못 하는 게 아니다. 글러브로 다이렉트 캐치를 하는 게 최상이었지만, 무릎을 사용한 건 엄청난 재치와 판단력을 요구한다.

팬그래프 기준, 이정후는 올 시즌 보살 7개로 메이저리그 외야수 전체 공동 6위다. 그 외의 수비 2차 스탯에서 눈에 띄지 않는 건 사실이다. 디 어슬래틱은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는 동안 타격은 기본이고 수비에서도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별 다른 해결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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