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HMM ‘2조’ 자사주 소각… 해묵은 과제 풀기 시동?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HMM은 지난 14일 ‘주요사항 보고서’ 및 ‘주식소각 결정’ 공시를 통해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결정을 알렸습니다. 이어 18일엔 ‘공개매수 신고서’와 ‘공개매수 설명서’를 공시하고 공개매수에 돌입했죠.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규모가 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데다, HMM은 해묵은 과제로 지목되는 매각 및 민영화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끕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규모입니다. 우선 지난 14일 이뤄진 두 공시에 따르면 2조1,43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이를 다음달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한 공개매수는 지분 기준 7.98%인 8,180만1,526주를 목표로 진행됩니다. 18일을 시작으로 다음달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매수 가격은 2만6,200원으로 제시됐습니다. 이는 이사회 결의 전 영업일인 지난 13일 종가 2만2,550원에 16.19%의 할증을 반영한 것이죠. 지난 3개월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 기준으로는 12.64%의 할증이 반영된 것이고요.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수가 매수 예정 수량 이하인 경우에는 응모주식 전량을 매수합니다. 만약 응모주식수가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매수 예정 수량만큼 안분비례해 매수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합니다. HMM은 올해 초 향후 1년 이내에 2조5,000억원 이상의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죠.

‘초대형 주주환원’ 결정은 당장 근본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총발행주식의 7.89%가 사라지면서 그만큼 주당 가치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복합적인 요소들이 반영되는 주가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는 낙관하기 어려운데요. 당장은 공개매수 실시로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이 이뤄진 뒤에는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주가에 탄력을 줄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죠. 물론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 발표가 있을 경우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은 HMM 매각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HMM은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36.02%, 한국해양공사가 35.67%, 국민연금이 6.12%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정부 측 지분이 70%를 훌쩍 넘는 상황이죠. 이는 그동안 HMM의 매각 및 민영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해왔습니다. HMM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수조원, 많게는 10조원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개매수엔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한국해양공사도 참여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 측 주식 보유분이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각 및 민영화를 어렵게 만든 요소가 축소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HMM의 이번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은 해묵은 과제인 매각 및 민영화의 ‘신호탄’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2016년 산업은행 품에 안긴 이후 숱한 설왕설래 속에 새로운 출발에 나서지 못했던 HMM이 이번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계기로 새 국면을 열어젖히게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