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테슬라‧애플 등 빅테크 종목을 판 자금으로 미국에 상장된 한국증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쓸어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석 달 새 한국의 증시 수익률이 미국 증 주요국을 상회하자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에만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다.
16일 마이데일리가 예탁결제원의 내국인 해외주식 순투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 대규모 순매수를 이어오던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지난 5월 이후 큰 폭으로 둔화했다. 이 자료를 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1~4월 월평균 38억달러(약 5조2569억원) 순매수를 보이다 5월과 6월 각각 12억9000만달러(약 1조7846억원), 4억달러(약 5534억원)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7월 다시 5억달러(6919억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과거 매수세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증시 수익률이 미국 등 주요국보다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4월 들어 고관세 우려로 주요국 국가가 급락한 가운데 6월부터 국내 증시가 미국 등 해외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원화도 강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인 해외 증시 투자자금을 회수했다"고 분석했다. 4월 중순 상호 관세 발표 등으로 미국 주가는 연고점 대비 -19%까지 하락했고 이 시점을 계기로 매도세로 전환됐다.
대신에 ‘서학개미’는 한국 레버리지 ETF와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등 해외 주식 보유종목(상위 50개)으로 추정한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4월 +4.5% △5월 +16.6% △6월 +5.0% △7월 +4.2%로 추산된다.
반면 올해 미국 시장에 상장된 한국 ETF 수익률은 최대 151%에 달한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7월 21일까지 7개월 간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EWY) ETF 수익률은 45.16% △프랭클린 FTSE 코리아(FLKR)는 44.72%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코리아 불 3X 셰어즈(KORU)는 151.61%로 집계됐다.
EWY는 한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및 중형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MSCI 코리아 25·50지수'를 추종한다. KORU는 이 지수의 일일 3배로 추종하며, 국내 증시에 없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의 구미를 당겼다.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EWY ETF에만 12억4680만달러(약 1조7279억원)가 순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ETF 상품들은 올 상반기 한국의 주가 상승을 주도한 공통적으로 SK하이닉스와 KB금융지주 등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3배 레버리지 ETF 상장이 금지하고 있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20%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장 ETF 투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당분간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세는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 이은재 부전문위원은 “미국의 양호한 기업실적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에도 관세의 실물경제 영향에 대한 우려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세는 당분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강점인 낮은 규제수준과 다양한 금융상품의 존재 및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기업의 포진 등이 기본적인 해외투자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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