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만약 오늘 블론세이브를 했다면…”
최근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42, 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1~2년의 모습만 보면 안타까움이 많았지만, 30대 중~후반까지 압도적인 커리어를 쌓은 한국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다. 직구 하나만큼은 선동열 전 감독과 함께 역대 최고라고 단언하는 야구인이 많다.

그런 오승환의 별명은 돌부처 혹은 끝판대장.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선수지만, 그 역시 사람이다. 전성기에도 1년에 2~3번은 무너졌다. 중요한 건 두 경기 연속 부진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어떤 팀, 특정타자에게 끝내기홈런이나 안타를 맞았다면, 그 다음날 반드시 삼진이나 범타로 되갚아줬다.
오승환은 지난 13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웃더니 “뭐 마인드컨트롤 크게 안 했는데, 너무 그렇게 잘 한 것처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건 있었다. 오늘 경기 결과가 너무 안 좋으면 다른 것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빨리 빨리 경기에 또 나가려고 했다. 그래야 불안한 게 없어진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만약 블론세이브를 했으면 내일 바로 나가서 세이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연속 실패하는 걸 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결국 마인드컨트롤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좋은 결과다. 세이브 투수는 세이브로 말하는 것처럼.
그런 점에서 오승환이 요즘 젊은 후배 불펜, 마무리투수들에게 하는 말은 와닿는다. “나도 그 나이대는 비슷한 (멘탈관리 어려움)게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얘기하는 것이지 그 친구들 또래 때는 나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많은 걸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경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을 토대로 이겨내면 롱런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결국 오승환은 한 경기 블론세이브에 연연하지 않았던 선수다. 어떤 결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냥 한 경기, 한 경기에 너무 의미를 안 뒀으면 좋겠다. 프로야구는 1년에 많은 경기를 한다. 1년을 돌아보고 평가를 해도 늦지 않은데 요즘 선수들을 보면 한, 두 경기에 평가를 내리고 일주일 사이에도 좋은 결과를 내면 그게 자기 것인 것처럼 생각하는 선수가 많다”라고 했다.

이제 커리어를 막 남기기 시작한 젊은 마무리투수들이 새겨 들을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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