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연쇄살인범과의 일대일 밀착 인터뷰라는 독창적 콘셉트로 색다른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조여정·정성일의 팽팽한 연기 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가 매혹적인 악몽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1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살인자 리포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조영준 감독과 배우 조여정·정성일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쇄살인범과의 일대일 밀착 인터뷰라는 독특한 소재로, 기자와 살인범 사이의 팽팽한 심리 게임을 그려내 색다른 서스펜스를 전할 예정이다.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다. 영화 ‘기생충’ ‘히든 페이스’ ‘좀비딸’ 조여정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정성일까지 두 배우가 만나 강렬한 연기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조영준 감독은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어느 날 동물원에 갔다가 호랑이를 보고 있는 어린아이를 봤다”며 “평화로운 풍경이었는데 문득 창살이 아이 뒤로 이동한다면 굉장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겠다 싶었다. 호랑이와 아이가 닫힌 우리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발생하겠구나 싶었다. 한 공간에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의 출발을 떠올렸다.
닫혀있는 공간 안에서 갈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조영준 감독은 “혀로 하는 칼싸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흔히 ‘긁힌다’고 하는데 말로 주는 상처가 물리적 상처보다 강할 수 있고 타격감도 높다고 생각하거든. 물리적인 충돌로 이뤄진 이야기가 아니라 논리력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중심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말싸움으로 지지 않는 두 사람이 부딪혀서 깊숙한 상처까지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며 “주변에 기자 친구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다. 그런 기자와 그에 맞서는 지적 능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이자 연쇄살인범을 설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기자와 정신과 의사인 연쇄살인범으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벌어지는 밀착 인터뷰를 다룬 만큼, 영화 속 주요한 장소적 배경 역시 호텔로 고정돼 있다. 보편적인 스릴러 영화가 배경을 바꿔 가며 사건과 마주치는 것과는 반대로, ‘살인자 리포트’는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호텔 속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의 전말을 밝혀 내게 된다.

조영준 감독은 이러한 밀실 안 인터뷰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공간 구현에 남다른 공을 기울였다. 조영준 감독은 “닫힌 공간에서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하면 장점보다는 감독에게 단점, 극복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룩을 구현할 수 있다면 좋은데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쌓아가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영화의 주된 공간인 스위트룸 디자인을 다르게 설정했다고. 조영준 감독은 “스위트룸이 존재하는 이유조차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냈고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조명이라든가 미술 자체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공간 하나가 새로운 캐릭터라는 느낌으로 접근했다”며 “두 사람을 옥죄고 있는 하나의 크리처로서 존재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또 “놓여 있는 오브제,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가 이야기 흐름에 정확하게 부합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고 했다.
캐스팅도 그 어떤 작품보다 중요했다. 조영준 감독은 “보기에 이 사람은 악하다, 선하다는 느낌을 평면적으로 주고 싶지 않았다”며 “한 인간이 선한 면이 조금 더 많고 다른 인간이 악한 면이 조금 더 많은, 비율의 차이일 뿐 두 캐릭터 모두 인간적인 면모를 갖길 바랐다”고 캐스팅 기준을 전했다. 이어 “이 캐릭터들이 가진 입체적 면모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배우길 바랐고 그런 면에 있어서 백선주로서의 조여정, 이영훈으로서의 정성일 두 배우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생각했다”고 조여정, 정성일이어야만 했다고 했다.

조여정은 기자 백선주를 연기한다. 선주는 연쇄살인범 영훈에게 일대일 인터뷰 제안을 받고 위험한 인터뷰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조여정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피폐해지는 선주의 다양하고 격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빚어낼 전망이다.
특히 연쇄살인범과의 인터뷰에서도 냉철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정도로 당당하고 이성적인 것 같은 모습과 인터뷰가 깊어지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변하는 모습까지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여정은 “연쇄살인범을 마주할 정도의 대범함을 가진 기자라면 어떤 인물일까 생각했다”며 “캐릭터를 구축할 때 화술의 방식이 그 사람에 대해 굉장히 많은 걸 설명해 준다고 생각해서 기자로서의 화술을 신경 썼다. 딕션도 중요했지만 아나운서는 아니기 때문에 그 경계선에서 기자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말했다.
정성일은 정신과 의사이자 11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영훈으로 분한다. 영훈은 자신의 연쇄살인을 고백하며 선주에게 일대일 인터뷰를 신청하고 자신의 살인에 대해 낱낱이 고백하는 과정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서늘한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미스터리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부터 화려한 언변까지 정신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연쇄살인범인 영훈의 양면성을 날카롭게 표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성일은 캐릭터에 대해 “정신과 의사고 연쇄살인범이라는 설명 외에는 다 스포일러”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사람을 연쇄적으로 죽이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감독, 조여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동기, 시작점에 대해 나도 이해가 되는 지점이 있긴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배역이었다. 그 마음 정도는 들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조여정과 정성일은 2019년 드라마 ‘99억의 여자’에서 이복남매로 첫 연기 호흡을 맞춘 뒤 이번 작품으로 다시 재회했다. 조여정은 “정성일과 드라마에서 짧게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참 좋았다. 이번에도 믿고 의지해서 함께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많이 의지했고 도전하고 모험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정성일과 다시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정성일은 “‘99억의 여자’에서도 많이 믿고 기대서 갔는데 이번에도 같이 하게 돼서 반갑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역시나 이번 현장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받았다. 연기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자세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여러 가지를 배웠다. 현장에서 ‘조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조여정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영준 감독 역시 두 배우의 호흡에 만족감을 표했다. 조영준 감독은 “영화가 선악을 논하고 있지만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에 대한 결정권은 관객이 스스로 내리게 되는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그런 부분을 배우들이 굉장히 잘 표현해 줬다”며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조여정과 정성일은 영화를 향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기대를 당부했다. 조여정은 “최선을 다했다”며 “극장을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영화관에서 볼 가치가 있는 연기와 연출을 느껴주길 바란다. 충분히 멋진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성일도 “내가 참여한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자신 있다”고 보탰다.
끝으로 조영준 감독은 “간혹 악몽을 꿨는데 깨고 나면 굉장히 매력적이라 악몽이지만 다시 꾸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잖나”라며 “‘살인자 리포트’가 그런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굉장히 불안하고 긴장되고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왠지 더 보고 싶고 도파민을 자극한다. 그 느낌을 충분히 만끽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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