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수는 뛰는데 체감은 '냉랭'…'코스피 5000'의 엇박자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코스피 5000 시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자본시장 세제 개편, 혁신산업 육성, 금융투자자 보호 등 3대 전략으로 증시를 국가 성장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5년 전 '코스피 2000 돌파'에 열광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기대와 위상 모두 한층 높아졌다.

최근 지수 흐름은 이런 비전을 뒷받침하는 듯 보였다.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장중 3250선을 넘어 종가 3254.47로 마감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기술주 랠리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승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지 계획을 철회하자 시장은 곧바로 식어버렸다. 세제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히던 사안이었기에 실망감은 컸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런 '엇박자'가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혁신기획단이 금융투자자 신뢰 회복을 주요 과제로 삼은 것과는 달리, 실제 제도에서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조치가 반복되고 있다. 시장은 정책 구호보다 구체적 실행을 본다. 하지만 지금의 메시지는 방향성과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체감 온도는 더욱 차갑다. 지난달 동안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수는 올랐지만, 주식형 펀드 자금은 빠져나가고, 중·소형주는 여전히 소외돼 있다. 지표상으로는 '랠리'지만, 실제 체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승세가 구조적 체질 개선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기대감에 따른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말하는 숫자가 정책의 결과가 되려면, 방향성과 신뢰, 제도의 일관성이 전제돼야 한다.

제도 개편은 예측 가능해야 하며, 시장이 납득할 만한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스피 5000'은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다.

증시 활성화는 구호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구호에는 구조가, 말에는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숫자에 취한 정치는 가능성을 말하지만, 시장은 실체 없는 기대에 냉정하게 응답할 뿐이다.

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증시가 살아났다고 말하긴 어렵다. 체감은 냉랭하고, 정책은 여전히 말뿐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상승은 실력보다 분위기에 취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보기엔 탐나지만, 한입 베어 물면 씁쓸한 그 과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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