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인천 김경현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공을 놓는다. 오승환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오승환은 7일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 릴리A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보직을 원할까?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는 절대 하지 않겠다"라면서 "뭐든 마무리 투수보다 나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하 오승환과 일문일답이다.
Q.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는데 그 이유는?
갑작스럽지는 않다. 제가 은퇴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 시즌 초부터 100%의 퍼포먼스를 야구장에서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은퇴를 고민했다. 시즌 중 제가 먼저 그런 이야기를 구단에 말씀드렸다. 그런 결정들로 결국 은퇴를 하게 됐다.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1982년생 황금 세대 선수들에게 연락 많이 왔나?
이대호는 방금 전까지 연락이 왔다. 어제는 김태균이 연락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1982년생이 제가 은퇴함으로써 모두 은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댜. 이대호는 마지막까지 농담하더라.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마지막 은퇴사를 할 때는 울게 될 거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어제 최형우에게도 연락이 왔다. 후배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
Q. 은퇴 후 계획은?
아직 시즌 중이다. 앞으로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구단과 사장님, 단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겠다. 단장님이 은퇴 후 제2의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끔 지원을 해주시려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많이 상의하겠다.

Q. 기억에 남는 세이브는?
국내 400세이브를 했을 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이브라는 기록이 팀의 1승을 지킨다는 의미가 크다. 더 의미가 깊은 세이브는 없다는 마음이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 400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현역 시절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은?
너무나 많다. 마무리 투수로서 매 시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힘든 시간은 찾아오더라. 왜냐하면 마무리는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때가 가장 힘들다. 블론 세이브가 팀 순위 싸움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가장 힘들었다.
Q. 오승환이 꼽는 최고 포수는?
좋은 포수를 정말 많이 만나서 한 명만 꼽기엔 힘들다. 좋은 포수들의 볼배합, 포수들의 능력 하에 저의 기록들이 좋게 나타났다. 다들 아시는 진갑용 선수, 강민호 선수, 미국에 야디에르 몰리나 선수 등 이런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록이 좋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Q. 마음에 드는 별명은?
모든 별명들은 좋게 생각한다. 특히나 애정을 갖고 있는 별명은 제 보직과 연결되는 '끝판대장'이다. 가장 큰 무기인 '돌직구' 두 개를 많이 좋아한다.
Q. 남은 시즌 등판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야구장에 나가서 감독님, 코치님과 상의를 해봐야 한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뛰었다. 지금은 종아리 부상에서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아예 공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 경기라도 나갈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다. 한 경기라도 팬분들에게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먼 미래에 코치나 감독 오승환을 볼 수 있나?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 아니다. 충분히 단장님, 사장님과 상의할 것이다. 그런 기회가 된다고 하면, 당장은 아니지만 많이 공부하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코치나 감독을) 하고 싶은 생각은 그때 가서 들 것 같다. 아직 선수들과 호흡하는 게 좋다. 운이 좋게 다양한 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후배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Q. 그동안 던졌던 공 중 최고의 1구는?
매 경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공이 가장 생각에 많이 남는다. 오늘 하루, 한국시리즈나 경기를 마무리 짓는 공이 저에게는 가장 뜻깊은 공이다.
Q. 선동열 전 감독과 어떤 말을 나눴나?
며칠 전에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렸다. 큰 결정을 했다고 하시면서 단장님처럼 축하를 해주셨다. 제가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분에게 은퇴를 축하받는 것이 '야구선수로서 잘했구나'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다. 선동열 감독님께서는 앞으로 야구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Q. 선수 오승환은 몇 점짜리 선수?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치면 21점 만점에 21점을 주고 싶다. 아쉬운 부분을 생각하면 21점 만점에 20점이다. 남은 1점은 제2의 인생에서 찾을 것이다.
Q.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신인 시절부터 인터뷰하면 항상 불펜투수, 마무리 투수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오승환이라고 하면 '저런 불펜 투수, 저런 마무리투수가 있었네'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무리 투수에 대한 회상을 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저나 저의 기록을 목표로 삼고 롱런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Q. 제2의 오승환은 누구?
좋은 선수들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KT 박영현 선수, 두산 김택연 선수, SSG 조병현 선수가 있다. 한화 김서현 선수도 있다. 불펜이나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는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그 후보군 선수들 중 분명 좋은 기록, 또는 제 기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선수들이 야구 팬분들께 '마무리 투수들도 이런 싸움을 할 수 있구나, 이런 기록을 낼 수 있구나'하고 경쟁을 통해서 즐거움을 드렸으면 좋겠다.

Q. 가장 껄끄러웠던 타자는?
너무 많다. 누구만 말하면 삐지더라. 방금까지 연락했던 이대호. 닉네임 자체가 조선의 4번타자 아닌가. 국가대표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선수다. 덩치에 비해 선구안도 좋고 예리하고 장타력도 갖춘 선수다. 이대호는 위험부담이 많은 선수였다. 국내는 이대호를 따라갈 만한 타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다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대단한 타자였다.
Q. 가족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어머니가 올 시즌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이 자리를 못 보시는 게 기분이 좀 그렇다. 사실 올 시즌 제일 크게 와닿았던 부분도, 경기 마치고 항상 응원해 주시고 연락해 주신 분이 안 계시다는 게 가장 컸다. 구단, 코치님들께 도움을 많이 받지만 저에겐 가장 큰 도움을 주셨던 분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가장 큰 영향이 왔다. 말문이 막힌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Q. 야구 예능도 제2의 인생 선택지에 있나?
아침까지만 해도 야구 예능 프로에 많이 나오고 있는 선수들, 후배들, 선배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어제 기사가 나가고 나서도 아침까지도 연락을 많이 받았다. 여기서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 아직 공을 완전히 놓은 상태가 아니다. 추후에 생각을 해봐도 될 것 같다. 어떤 부분이든 야구에 있어서 도움 되고 기여가 된다고 하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사장님, 단장님, 구단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Q. 통산 550세이브 아쉽지 않나?
아직 공을 놓지 않았다.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세이브가 됐든 지고 있든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은 있다. 549세이브보단 550세이브가 낫지 않나 생각한다.
Q. 마지막 경기 마지막 공은 어떤 구종?
그걸 알려드리면 타자가 칠 것 같은데. 작년부터 난타를 많이 당해서 비밀로 하겠다. 해외 생활을 접고 복귀하면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첫 공은 무조건 직구라고 해서 첫 타자에게 2루타를 맞은 기억이 있다. 팀의 승리가 먼저기 때문에 섣부르게 말씀드리진 않겠다.
Q. 직구 구속 유지 비결은?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꾸준함이 중요하다. 요즘 선수들 같은 경우는 하루의 결과를 놓고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지속성이란 면에서 떨어지지 않나.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와 연결이 되는 게 한 경기 잘했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연속적으로 실수를 했을 때는 자기 실력이 된다. 꾸준함이 자기 실력이다. 연속적으로 실패를 하는 것도 자기 실력이다. 요즘 선수들이 루틴을 많이 만들곤 하는데 좋든 안 좋든 꾸준하게 가져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Q. 삼성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개인적으로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많은 선수들도 삼성에서 뛰는 것을 부러워했다. 삼성의 왕조 시절을 다 겪었고, 오승환이란 선수가 많은 팬분들에게 알려지기 까지도 삼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라는 선수를 만들어준 팀이다.

Q. 라이벌은 누구?
죄송스럽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매 해마다 달랐다. 제가 이 발언으로 미움을 살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는 스스로가 다른 팀 마무리나 타팀 선수를 라이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팀이 이기는 게 첫 번째였다. 라이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기록면을 치면 손승락이 될 거라 생각한다. 손승락은 골든글러브를 한 번 탄 걸로 알고 있다. 그걸로 저에게는 많은 어필을 할 거라 생각한다.
Q. 프로 지명 당시 목표는?
1군 패전처리 투수라도 1군에 붙어 있는 게 목표였다. 큰 목표를 잡고 해보지 못했다. 하루하루 그럴 여유를 가질 상황이 아니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팀에 많았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1군 무대에 낀다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라 생각했다. 성적을 예상하거나 성적을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경쟁을 통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는데, 그게 21년을 지나게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똑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나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왔던 것들이 21년이란 선수 생활이 됐다.
Q. 다시 야구 하더라도 마무리 투수가 되겠나?
마무리 투수는 절대 하지 않겠다. 투수를 해도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 다시 야구를 하면 타자를 꼭 해보고 싶다. 마무리 투수는 매 경기 결과에 잔혹할 정도로 평가를 받는다. 물론 타자와 선발투수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부분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가장 크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타자도 해봤고 선발투수도 해봤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뭐든 마무리 투수보다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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