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문한 캘리포니아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한 모범 답안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 ‘피어39’ 부두는 화려한 카니발 분위기 한편으로 바다사자들의 천국이었다. 몬터레이만의 모스랜딩 지역은 호텔과 집 창문을 열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멸종위기종 해달이 보였다.
이처럼 캘리포니아 해안 도시 곳곳에서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마주친다. 그 만남은 동물원, 보호소와 같은 인위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도시의 일상과 생태계의 호흡이 섞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국내는 어떨까. 지난해 멸종위기종 산양은 겨울철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매는 고속도로 방음 유리창에 부딪혀 죽었다. 수달과 삵은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생을 마감한다. 마도요와 같은 물새들은 항만공사로 서식지를 잃고 있다.
우리는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며 도시를 확장해 왔다. 이제는 거꾸로, 인간의 삶 속에 동물을 초대할 수 있는 ‘배려의 도시’가 돼야 하지 않을까. 단지 보호구역에 동물을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질서 속에서도 야생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상상력과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 특히 멸종위기종들과의 공존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콜로라도 주립대 공동연구진은 흰머리 독수리, 해달, 바다거북, 해달, 상어 등 미국 내 주요 멸종위기종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했다. 그 결과 100만 가구당 약 7,600만달러(약 1,063억원)의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 가치가 쉽게 와 닿긴 힘들다. 당장 얼마를 투자해야 할지, 또 투자했을 때 나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이 돌아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피어39 어부들의 골칫거리였던 바다사자는 오히려 부둣가를 관광명소로 바꿨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따르면 지난해 피어39 주변 바다사자 개체수가 늘자 관광객 수도 400% 증가했다.
결국 동물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미래의 해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만을 위한 도시가 아닌, 모두가 함께 숨 쉬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해달이 헤엄치고 바다사자가 잠든 부두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런 캘리포니아의 도시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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