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한 동성제약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연쇄 부도와 경영권 분쟁, 형사 고소 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오는 8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와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향후 두 달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동성제약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이 요청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했다. 임시 주총은 9월 12일에 열릴 예정이다. 주요 안건은 나원균 대표이사 해임과 이사회 교체, 정관 변경 등이다.
임시 주총에서 나 대표의 해임과 이사회 교체 안건이 가결되면 이양구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게 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나 대표 체제에서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한 한국거래소가 동성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할 경우, 회사의 회생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동성제약 경영권 갈등은 창업주의 2세와 3세 사이의 승계 과정에서 촉발됐다.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3남 1녀 중 막내인 이양구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조카인 나원균 부사장에게 대표직을 넘겼다. 올해 2월에는 이 전 회장이 나 대표에게 보유 주식 일부를 장외 매도하며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갈등은 올해 4월 본격화됐다. 나 대표가 에스디에너지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이 전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위협을 느끼고 보유 지분 전량(14.12%)을 마케팅 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 대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조건에는 브랜드리팩터링이 지정한 이사 선임과 현 경영진 교체가 포함됐다. 사실상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선언이었다. 경영권 분쟁 전인 지난 2월 기준 이 전 회장의 지분은 14.12%, 나 대표의 지분은 4.09%였다.
이에 맞서 나 대표는 추가로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해 브랜드리팩터링의 지분을 희석시키려 했다. 이 전 회장 측은 즉시 신주상장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동성제약은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 5월 7일 약 1억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같은 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회사 측은 당시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6월 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법정관리 상황에서도 동성제약 부도는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생한 부도는 총 14건으로, 누적 부도 금액은 약 53억원에 달한다.
법적 공방은 형사 사건으로 확대됐다. 지난 6월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찬태 감사가 나 대표와 현 경영진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이 전 회장 측과 현 경영진은 서로를 맞고소하며 갈등이 격화됐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동성제약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를 이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오는 8월 13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발표된다. 이번 상장심사 결과와 9월 임시 주주총회가 동성제약의 미래를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응과 관련해 자료 요청을 받은 부분들이 있어 그에 대해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상장폐지는 주주분들에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와 투자자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포트폴리오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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