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후보 등록 첫날인 30일 최고위원 선거에 원외 인사들만 출사표를 던지면서 ‘맹탕 전당대회’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패배와 탄핵 책임론 공방으로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현역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 출마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극우 논쟁’에 몸 사리는 현역 의원들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사람은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민수 전 대변인, 김소연 변호사,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 손범규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 함운경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 등(가나다순)이다.
원내 의원들이 출마를 꺼리는 사이, 8명의 원외 인사들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 대표 선거와 유사하게 윤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껴안은 ‘반탄(탄핵 반대)파’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일선 퇴장을 요구하는 ‘찬탄(탄핵 찬성)파’의 대결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2023년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집행유예 확정받고 서울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으로 그해 10월 보궐선거에 재공천됐다. 김 전 구청장의 재공천은 당시 논란의 중심이 됐지만 윤심(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뒤집을 수 없었다. 국민의힘은 결국 강서구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바 있다.
김 전 구청장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인 지난 1월 1일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님을 우리 손으로 지켜드리자”며 “지금 상황은 체제 전쟁이다. 물러서면 안 된다”고 했다. 탄핵 반대를 주장한 ‘윤어게인’ 세력과 같은 주장이다.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공식 출마 선언 전이지만, 당내에서 출마 확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 또한 ‘탄핵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고성국TV’에서 “국민의힘에 (민주당의 국정 마비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오죽 답답하셨으면 준비되지 않은 계엄을 했나 생각했는데 전모가 밝혀지고 나니 과천 상륙작전이다, 선관위 상륙작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계엄은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그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단에 선임된 날 자진 사퇴했다.
반면,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맹렬히 비판해 온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며 “계엄 반대, 탄핵 찬성 당론으로 이제라도 국민 앞에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확신범들을 우리 당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우리 당을 말아먹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한 윤석열을 단호히 분리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 원외 인사들이 앞다퉈 출마 선언에 나섰다. 현역 의원 중에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인사는 있지만 출마하기를 꺼리고 있다. 계엄과 탄핵, 정권 교체 이후 ‘탄핵 찬반’, ‘윤어게인’, ‘극우 논쟁’ 등 당내 갈등만 불거지면서 전당대회에서도 계파 갈등만 부각돼 특정 계파로 각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 출마가 거론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주변에서 의원님에게 출마를 고려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하신다”면서도 “당이 탄핵 찬반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출마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 거절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소위 찬탄‧반탄, 친윤‧친한(친한동훈), 극우‧중도 이런 프레임이 강하다 보니 의원들이 몸을 좀 사리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어느 정도 프레임이 있는 의원이라면 더더욱 망설여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고위원 선거에 ‘원외’들이 대거 참여한 이유로 주진우 의원의 당 대표 선거 등판을 들었다. 그는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주 의원도 있다. 주 의원 같은 경우 최고위원에 나가면 무조건 일등인데 초선 의원이 당 대표를 나간다고 하면 재선 이상들은 ‘안 나가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초‧재선급 현역 의원들이 최고위원 선거를 나가는 분위기가 먼저 잡혀야 했는데 원외들이 출마 선언하니 ‘원외들이 나가는 데 괜히 나가서 특정 계파의 프레임만 얹고 나가면 손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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