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조로증’, 유전자가위로 치료 실마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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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팀이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 조로증의 원인의 정밀 억제가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팀이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 조로증의 원인의 정밀 억제가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아동 희귀 난치성 질환 ‘조로증’ 치료법의 실마리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은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팀이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 조로증의 원인의 정밀 억제가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조로증(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 HGPS)은 일반인보다 몇십 년은 조기 노화를 보이는 질환이다. 생후 1~2년이 지나면 피부가 주름지고 키가 자라지 않는다. 뼈와 혈관이 급속도로 노화된다. 약 800만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평균 기대수명은 약 14.5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조로증의 원인은 LMNA 유전자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 안에서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든다. 이 단백질이 세포의 핵 구조를 망가뜨리고 세포를 빠르게 노화시킨다. 노인처럼 뼈가 약해지고 혈관이 굳어져 결국 주요 장기의 기능이 멈추게 된다.

현재 조로증 치료제는 미국 FDA가 승인한 ‘로나파닙(조킨비)’가 유일하다. 하지만 1회 투여 비용만 약 14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물이다. 또한 수명을 약 2.5년 연장시키는 데 그친다. 다른 치료제와 병용이 필요하고 부작용의 위험도 있어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구 책임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의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 책임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의 김선욱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명연 연구팀은 이 프로제린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구별해 정확히 골라내는 ‘RNA 가위(RfxCas13d, 프로제린 gRNA)’를 만들었다. 이 RNA 가위는 정상적인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특히 DNA를 건드리지 않고 RNA만을 조절하므로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에 비해 훨씬 안전한다. 또한 실수로 다른 유전자까지 자를 위험이 거의 없으며, 자르더라도 나중에 되돌릴 수도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연구팀은 새롭게 고안한 유전자가위 치료법을 조로증 유전자가 있는 실험용 쥐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털 빠짐,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조로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고 생식기관 기능도 회복됐다. 심장과 근육의 기능까지 회복되어 건강한 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노화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었다. 실제로 연구팀은 나이가 든 사람의 피부세포에서 프로제린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RNA 가위 기술을 적용했을 때 자연적인 노화 현상도 일부 억제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김선욱 센터장은 “이번 기술은 조로증뿐 아니라, RNA 편집오류로 발생하는 다른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이 가능하다”라며 “앞으로 노화 관련 질병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몰리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6월 1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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