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3' 황동혁 감독, 영웅이 없는 세상이기에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차기작이요? 지금은 마음을 다 비워놓고 생각하려 합니다. 다시 한번 점검을 다 해보고. 이 작품에 대한 반응도 한 달여 정도는 지나야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쉬면서 돌아보고 앞으로 뭘 어떻게 만들지 생각을 하는 기회를 가지고, 재충전도 좀 필요하고요."

황동혁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감독 황동혁)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든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 2021년 첫 공개된 시즌1부터 K-콘텐츠의 자부심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이날 황 감독은 "홀가분하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즌3까지 6년 정도 걸렸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해서 너무 큰 성공을 거뒀다. 시즌2와 시즌3를 하며 많은 기대 덕에 부담도 컸다"며 "어쨌든 다 끝났으니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 언제 또 이런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나. 그래서 감사하면서도,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공개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를 집계하는 93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넷플릭스 역사상 공개 첫 주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첫 번째 작품이 됐다. 또한 같은 주 역대 시리즈(비영어) 부문 9위에 진입하며, 시즌1·2·3 모두 넷플릭스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중심에는 주인공 이정재가 있다. 456번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과 뗄 수 없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보통 사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면서도 바보 같고 한심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점차 내면의 양심이 발현되며 시즌1의 마지막에는 게임의 의미와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시즌2에서는 변화한 모습으로 돌아와 시즌3까지 완주한다.

"시즌2와 시즌3를 찍는 1년 내내 이정재 씨가 다이어트를 했어요. 정말 찜채소만 드셨죠. 기훈이 점점 말라가고 퀭해지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극한의 다이어트를 오래 하셨어요. 존경심도 들었죠. 너무 헌신적으로 이 작품에 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에게나 이 작품에게나 고마운 존재, 평생 잊을 수 없는 존재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하지만 성기훈을 두고 마냥 응원하기엔 답답하고 무능력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조금 더 히어로처럼, 주인공답게 그려졌다면 더 몰입할 수 있었을거란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황감독은 "이 작품 자체가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시즌1 마지막에 프론트맨이 '영웅놀이는 재밌었냐'고 비웃지 않나. 한 사람의 영웅이 구할 수 있는 히어로물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훈은 애초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고, 히어로가 될 수는 없었다"며 "기훈이 할 수 있는 영웅적인 행동은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직하게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게임장에서 아이를 살리려 하는 모습, 그것이 기훈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영웅적인 행동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금 답답하더라도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방식이다. 한 두명의 정치 지도자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 않나. 결국에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 혹은 보통 이하의 사람들이 바꿔 나가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런 인물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세상이 살기 어려워졌죠. 여유가 없어졌어요. 남을 품으려는 마음이나 기부액도 줄고 있어요. 불경기와 불황이 세상을 휩쓸고, 돈은 점점 가진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죠.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CEO)는 700억을 들여서 베네치아에서 결혼했다 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사람들의 박탈감은 심해지고, 더 영웅을 기대하는지도 모르죠. 시원하게 세상을 바꿔주고, 마음을 뚫어주는 영웅이 이 작품에 등장하지 않아서 더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그런 성기훈과 대비되는 존재가 바로 프론트맨이다. 누구보다 정의로웠던 경찰이었지만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뇌물을 받으면서 불명예 퇴직했다. 황 감독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인지부조화가 강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기훈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타락시켜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게 만들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훈이 자신의 테스트를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기훈이 자신을 희생하며 아기를 살리는 선택을 했을 때, 그 시신을 내려다보면서 약간의 리스펙트가 있었을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아기를 살리고 기훈의 유품과 유산을 딸에게 전달했다. 게임장을 폭파시킨 선택도 기훈의 승리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라고 짚었다.

각각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이정재와 이병헌 외에도 '오징어 게임'에는 수 많은 스타들이 함께했다. 특히 시즌2와 시즌3에는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박성훈, 이진욱 등 대중적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로 인해 '존재 자체 스포일러'라는 지적도 따랐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며 볼거리에 대한 기대도 커진 상황에서, 이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퇴장시킬지가 고민도 됐을 터다.

하지만 황 감독은 "배우에 따라 먼저 죽이고, 오래 끌고 가고 이런 문제는 아니었다"며 단언했다. 그는 "캐릭터를 써놓고 가장 적절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잘 맞는 배우가 누구인지 고민했다. 더 오래 살아남는 배우가 더 유명한 배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캐릭터의 운명이 서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순서가 생겼을 뿐이다. 중요한 건 언제 죽느냐보다는 어떻게 죽느냐"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456억을 건 생존게임인 만큼, 주요 인물들이 하나둘 퇴장하며 이야기는 점점 더 암울한 분위기로 향한다. 특히 마지막 게임에 이르면 성기훈을 제외한 생존자들은 모두 빌런에 가깝다. 갈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을 주고 싶어 그에 맞춘 구성원이었다. 밤이 깊을수록 작은 불씨가 더 밝게 보이듯, 아무 희망도 없는 지옥도에서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마지막 불씨처럼 남기를 바랐다. 그리고 결국, 성기훈은 모든 것을 걸고 한 생명을 지켜냈다.

아기를 지켜낸 성기훈의 선택이 더욱 빛났던 또 다른 이유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기의 아빠 명기(임시완)다. 황 감독은 "명기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 이미 이기심으로 많은 선택을 했지만, 자신이 제일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도시락이 자살한 순간 명기는 성기훈이 반드시 자신을 죽이고 아기를 데리고 나갈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황 감독은 결국 명기가 아기를 던졌을 거라 봤다. 그는 "결국 인지부조화에 빠져서 '내 아기가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까지 하지 않나. 이기심에서 명기는 한순간씩 잘못된 선택을 하며 계속 망가져 간다"며 "그런 사람이 닿을 수 있는 끝에 명기라는 인물이 있지 않을까. 조금씩 이기심으로 타락해 가는 인물, 마지막 순간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다만 아기가 지나치게 '소재'로만 사용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아기가 우리의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심벌로 봤다"며 "리얼한 양육보다는 지키려는 심벌로 생각해 구체적인 과정을 넣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고민을 했다. 젖병을 물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나. 그런 상징적인 한 순간만 넣고 디테일한 묘사를 넣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준희(조유리) 역시 '엄마'이자 '임산부' 외에 무엇이었냐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그런 비판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애초에 임산부 설정은 미래세대와 인간의 양심을 상징하는 아기라는 심벌이 필요해서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준희의 희생을 꼭 모성애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나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지만 윗세대가 모든 다음 세대의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도 세상을 물려받은 세대잖아요. 지금 10대, 20대는 거의 희망을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누리려던 것을 계속 움켜쥐면 다음 세대는 점점 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관점에서 윗세대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냐는 마음이에요. 그런 의미의 희생, 기성세대들의 희생, 가진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황동혁 감독/넷플릭스

시리즈가 끝난 지금, 황 감독은 지난 5년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시즌1이 처음 공개된 일주일을 꼽았다. 그는 "금요일에 공개됐는데 토요일, 일요일 한국 언론평이 대부분 안 좋았다. '이렇게까지?' 싶었는데 월요일부터 해외 팬들의 반응이 나오면서 점수가 올라가고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며 "한국 반응도 서서히 바뀌고, 그러다 전 세계 1위가 되고 신드롬 이야기가 나오고… 너무 드라마틱해서 '이게 진짠가?' 꼬집어봤다. 좀 어리둥절할 정도였던 그 일주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가장 성공한 K-콘텐츠'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황 감독은 "많은 경험을 했다. 비판받을 때는 좌절했고, 칭찬받을 때는 희열도 맛봤다. 생각지도 못한 에미상 수상도 있었고,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며 "성기훈이 어떤 인간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많이 했다. 작품의 영광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서 고맙다. 스스로를 한 때는 너무 우쭐하게, 또 한때는 겸손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성기훈은 "사람은…"이라 말을 끝맺지 못한 채 퇴장한다. 황 감독은 "고민을 좀 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애 넘치는 정의하기 어려운 존재"라며 "보시는 분들에게 그 뒷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빈칸으로 만들었다. 또 말보다는 성기훈의 행동으로,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보다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인간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미래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경쟁이나 더 가지려는 욕망을 멈춰야겠죠. 어느 정도 불편하더라도, 뭔가를 희생하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그런 인간 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기훈의 희생으로 그런 것들을 상징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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