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여기가 제 인생에서 마지막 집이 될 겁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아파트 단지. 홍보부스 앞을 지키던 60대 조합원 A씨는 상담을 마친 후 다른 부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만난 조합원 대부분은 중장년층이다. '브랜드나 커뮤니티 규모보다 중요한 기준이 있다'는 이들에게 개포우성7차는 단순 부동산이 아닌, 자신과 가족이 살아갈 '마지막 집'이다.
내달 2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과 대우건설(047040)이 단지 내 각각 설치한 홍보부스는 지난 3일 문을 열었다. 양사가 내세운 조건표는 겉으로 보면 화려하다.
'래미안 루미원'은 지하 4층 높이 22m 상당 아트리움 커뮤니티를 앞세운다. '써밋 프라니티'는 3면 서라운드 조망과 스카이브릿지로 조합원을 유혹한다.
다만 홍보부스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누가 더 크고 화려한가'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조건은 명확했다.
#진짜 쓰이게 될 공간이 뭔지, 그걸 따지게 되더라고요. 결국은 관리비, 공용비용 문제입니다. - 개포우성 7차 조합원 A씨
#커뮤니티보단 집 안에서 보이는 조망이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 개포우성 7차 조합원 B씨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 경쟁은 랜드마크 대결이 아니다. 실제 조합원 삶과 연결되는 '선택의 이유'를 찾아 본지는 홍보관을 직접 방문했다.
◆스카이브릿지? 조합원들 기대 없어
홍보부스 앞에서 조합원 C씨는 냉소적이었다.
#대우건설은 스카이브릿지가 포인트라는데, 글쎄요… 솔직히 겉치레 아니겠어요? - 개포우성 7차 조합원 C씨
대우건설이 제안한 스카이브릿지는 개포동 일대 '최장 90m 길이'를 자랑한다. 최상층(120m 높이)을 연결해 산책로와 휴게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스카이브릿지를 이용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서초 써밋이나 용산 드래곤시티 등 스카이브릿지 설치 단지는 유지보수 비용만 발생하고, 이용률은 낮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폐쇄적이고 무게 부담이 있어 전면 유리창 시공이 어렵고 조망 만족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은 스카이브릿지를 단지 상징물로 삼았다. '써밋만의 하이엔드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초 써밋, 용산 드래곤시티 사례처럼 써밋만의 시그니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3면 개방형 조망과 실사용 면적, 조합원 금융 부담 최소화 전략까지 '진짜 쓸 수 있는 집'을 제안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브릿지가 랜드마크요? 저희는 조용한 동네에 살고 싶어요. - 개포우성 7차 조합원 A씨
삼성물산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아트리움 커뮤니티에는 △브라이트 아쿠아파크 △네이처 피트니스 △그린골프클럽 △러닝트랙 등 대규모 커뮤니티를 넣었다. 세대당 커뮤니티 면적만 3.8평(약 12.5㎡). 강남권 아파트 평균 2배다.
더불어 하이엔드 조경 설계도 강조하고 있다. 래미안 루미원 핵심은 단지 중심 1만㎡ 규모 중앙광장 '파라마운트 밸리'다. 계곡을 형상화한 광장에는 300년 느티나무가 상징목으로 자리 잡으며, 자연과 어우러진 숲과 폭포가 조화를 이루는 '도심 속 자연'을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또 120m 길이 스타라이트 웨이브와 80m 파노라마형 벽천 더 인피니트 베일 등도 함께 조성된다. 단지 전역에는 5000평 규모 슈프림 포레스트를 비롯해 3.5㎞ 순환 산책로, 동별 루프탑 정원, 필로티 가든도 배치된다.
삼성물산 측은 '도심 속 리조트'를 실현할 수 있는 조경 설계로 입주민 일상을 자연의 감동으로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개포우성7차는 보여주기용이 아닌 실제 입주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며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라며 "허용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한 설계와 사업 조건만을 약속드리며 브랜드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많아질수록 관리비가 그만큼 증가한다는 점이다. 실제 인근 '하이엔드 단지'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커뮤니티 운영비는 월 평균 약 8만~12만원 선이다. 이처럼 △수영장 △사우나 △골프장 등 모든 시설을 가동할 경우 입주민 부담은 더욱 커진다.
#골프장이요? 그거 들어가 본 지 3년 됐어요. 매달 공용비만 빠져나가요. - 개포우성 7차 조합원 C씨
삼성물산이 제안한 아트리움 커뮤니티와 조경시설 역시 실제 사용률 대비 과도한 면적 제공일 수 있다는 우려다.
◆진짜 원하는 '조망과 실사용면적' 그리고 약속 지키는 시공사
의외로 많은 조합원들은 '3면 서라운드 조망'과 '실사용면적'을 주요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대우건설은 모든 세대 남향 배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전체 1130가구 절반 이상인 622가구에 3면 개방형 창호를 설계했다. 대모산·양재천·탄천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된 창문이야말로 일상에서 매일 체감하는 요소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실사용면적도 강조하고 있다. 99㎡타입이 기존 원설계 112㎡타입과 비슷한 사용 면적을 제공하고, 112㎡타입의 경우 122㎡타입 수준이라는 설명으로, 사실상 실내 공간이 더욱 넓어진다는 의미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은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커뮤니티는 공용이고, 실사용 면적은 내 집이잖아요. 그 차이를 아는 거죠. - 개포우성 7차 조합원 A씨
대우건설은 조합원 분담금 절감을 위한 금융전략도 내세웠다.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조합 필수사업비 전액에 대해 CD+0.00%의 파격 조건을 제안한 것이다. HUG 보증수수료까지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수요자 금융조달 없이 입주시 100% 분담금 납부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실착공 전까지 가장 낮은 물가지수 적용 등 조합 부담을 최소화하는 사업 조건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조합 차원에서는 수백억원대 금융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지하 주차장 동선 개선도 내세웠다. 주차장 입구에서 지하 4층까지 단번에 내려가는 '익스프레스 웨이'를 설계해 한 층씩 내려가는 기존과 다르게 빠른 진입이 가능하다는 의도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대우건설은 '써밋'이라는 브랜드로 조합원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은 브랜드보단 '과연 약속을 지키는 회사인가'라는 물음이었다.
대우건설은 과거 한남2구역에서 무리한 대안설계 제안 후 인허가 미승인으로 사업 지연을 겪은 전력이 있다. 개포우성7차에서도 일부 스카이브릿지나 지하철역 직결 통로 제안이 '실현 불가'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물산의 경우 공사비 절감 및 공기 단축 등 실질적 사업 조건을 강조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 설계로 신선한 느낌이 없다는 평가다.
브랜드, 특화설계, 커뮤니티 규모 등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넘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지금 이 뜨거운 홍보전 한가운데서,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린 깔끔하게,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회사를 고를 겁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개포우성7차는 개포택지개발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핵심 재건축 단지"라며 "중장년 조합원 비중이 높아 자식 세대가 아닌 본인이 직접 살 집을 고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망, 실사용면적, 분양금융 조건 등 실질적인 요소들이 조합원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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