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이저리그가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한 가운데 후반기에는 김혜성(LA 다저스)의 출전 빈도가 늘어날 수 있을까.
2024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김혜성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06억원)의 계약을 통해 다저스에 입단했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팀으로 현실적으로 빅리그 경험이 없는 김혜성이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곧바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주전 2루수를 맡고 있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면서, 김혜성을 비롯해 토미 에드먼, 미겔 로하스, 키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 등이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았다. 하지만 빅리그 입성 이후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 고친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도쿄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트리플A로 내려갔고,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았다.
그러나 김혜성이 빅리그의 부름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김혜성은 트리플A에서 28경기 29안타 5홈런 19타점 타율 0.252 OPS 0.798의 성적을 남겼고, 에드먼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자, 지난 5월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김혜성은 공격과 주루, 수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져나갔고, 다저스는 부상을 털어낸 에드먼을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김혜성을 트리플A로 내려보내는 것이 아닌 테일러와 작별을 택했다. 생존 경쟁에 성공한 것.
주축 선수들이 복귀하면 김혜성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것은 당연했지만, 4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상황에서도 데이르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게 좀처럼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수차례 미국과 일본 등 현장에 있는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김혜성의 출전 기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김혜성은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텼다.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 속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을 때에면 타석과 주루, 수비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고, 최근 '주전 3루수' 맥스 먼시와 '슈퍼 유틸리티' 키케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자, 다시금 기회를 얻고 있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는 김혜성의 입지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이었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김혜성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김혜성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로하스가 홈런을 터뜨리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그런데 경기 후반 샌프란시스코가 우투수 카드를 꺼내들자, 여기서 다저스 벤치가 로하스를 불러들이고 김혜성을 투입했다.
이는 마치 지난 5월 15일 애슬레틱스와 맞대결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당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혜성은 데뷔 첫 홈런을 폭발시켰는데, 경기 중반 상대 좌투수를 투입하자, 다저스는 김혜성을 대신해 로하스를 투입한 바 있었다. 결과적으로 벤치의 판단은 완벽하게 적중했었다. 김혜성을 대신해 투입된 로하스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다저스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혜성의 경우 로하스를 대신해 투입된 이후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으나, 홈런을 칠 정도로 감이 좋은 로하스를 빼고 김혜성을 넣을 만큼 김혜성을 향한 다저스 벤치의 '신뢰'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동안 다저스 벤치의 움직임을 고려한다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다저스 벤치가 보인 행동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다저스 벤치가 김혜성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후반기에는 김혜성이 더 자주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까. 샘플은 많지 않지만, 48경기에서 38안타 2홈런 13타점 17득점 11도루 타율 0.339 OPS 0.842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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