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탑텐, 지오지아, 올젠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중견 패션기업이자 코스피상장사인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지난 11일 신성통상과 관련해 ‘공개매수 결과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지난달 6일부터 한 달간 실시한 공개매수의 결과를 알린 건데요. 이번 공개매수는 자진 상장폐지 추진을 위한 것이자, 두 번째 실행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공개매수는 목표한 바를 이뤘을까요?
공개매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거나 보유하게 될 주주가 6개월 이내에 10명 이상의 불특정 주주로부터 주식시장 밖에서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이는 기업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기업 인수·합병을 방지해 기업지배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대주주의 주식 매입이 다른 일반 주주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완화 및 예방하기 위한 건데요. 이러한 공개매수를 진행할 때에는 기간과 수량, 가격 등을 특정해 공시해야 합니다.
가나안은 지난달 9일 ‘공개매수 신고서’와 ‘공개매수 설명서’를 공시하고 즉각 신성통상 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했습니다.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당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83.87%를 보유 중이었는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 모두가 공개매수 대상이었죠. 응모율에 관계없이 응모한 주식 모두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7대3 비율로 사들일 계획이었습니다. 매수 가격은 4,100원으로 공개매수 대상 주식을 모두 사들일 경우 9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고요.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습니다. 목표로 했던 2,317만8,102주 중 1,534만8,498주를 사들였죠. 여기엔 총 629억원이 투입됐고요. 이에 따라 최대주주 측 지분은 10.68% 늘어 94.55%에 이르게 됐습니다.
가나안은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한 차례 공개매수를 실시한 바 있는데요. 당시엔 지분을 5.89% 늘리는데 그친 바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도 이번 공개매수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신성통상은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까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공개매수에 나선 가나안은 신성통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입니다. 특히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가나안 이사가 82.43%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즉, 연이은 공개매수는 신성통상 오너일가의 뜻이라 할 수 있죠.
가나안은 두 차례 공개매수의 목적을 자발적 상장폐지라고 밝혔습니다. 상장폐지는 경영상황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한국거래소에 의해 취해지는 조치이기도 하지만, 최대주주가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물론 이때 요건이 있는데요. 최대주주 측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야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상장폐지를 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기업의 각종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신속해지고, 공시 의무나 주주가치 제고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95% 육박하게 된 만큼, 신성통상 오너일가는 자발적 상장폐지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주가치 제고가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자발적 상장폐지를 서두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성통상 오너일가의 이러한 행보는 다소 씁쓸함을 남기기도 합니다. 신성통상은 그동안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반면,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 등은 적극적인 배당으로 오너일가에게 거액을 안겨줘 왔죠. 또한 신성통상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며 자발적 상장폐지를 준비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고요.
주주가치 제고가 더욱 강조되는 시대흐름 속에 신성통상은 이에 부응하기보단 철저히 외면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자발적 상장폐지는 그 절정이라 할 수 있죠.
무엇보다 올해 1분기 기준 신성통상의 이익잉여금은 3,726억원에 달합니다. 그간의 과실을 주주들과 나누지 않고 쌓아둔 건데요. 자발적 상장폐지가 이뤄지면, 이 돈은 고스란히 신성통상 오너일가에게 안기게 될 전망입니다.
가나안, 신성통상 관련 ‘공개매수 결과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711000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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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11.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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