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강남의 한 식당. 아침마다 자동화 기계가 콩을 갈고 두유를 추출한다. 조리는 사람의 손이 아닌 로봇이 맡는다. 고객이 고른 식단은 AI가 제안한 결과다. 자동화 구축을 통해 프랜차이즈의 오랜 숙제인 '균일한 맛'을 구현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스테이정글(대표 김은정)이다.

김은정 대표는 외식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이정글'을 지난 2020년 11월 설립했다. 핵심은 전통 식재료인 콩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외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김 대표의 첫 번째 브랜드 '무스쿠스'에서 출발했다. 초밥 뷔페라는 인기 콘셉트였지만, 운영 과정에서 구조적 한계를 뼈져리게 느꼈다.
김 대표는 "주방 인력은 항상 부족했고, 매장마다 맛의 편차가 컸다"며 "재고 예측이 어려워 폐기 손실이 컸고, 매출은 늘어도 리스크는 줄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외식업의 악순환을 바꾸기 위해선 사람이 아닌 기술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점점 들었다"고 덧붙였다.
◆ '강남콩'에서 실현된 기술
김 대표는 창업 아이템으로 '콩'을 선택했다.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이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콩으로 만든 음식 두유, 콩국수, 순두부를 정말 좋아했다"며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콩은 친환경 단백질이자,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을 담은 재료"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콩을 앞세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역삼동 일대에 '강남콩'을 세우고, 그 안에서 고안한 기술을 펼쳐 실증하고 있다.
스테이정글은 현재 △강남콩 직영 매장 운영 △프랜차이즈 모델 개발 △레시피 AI SaaS 플랫폼 등 세 가지 축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프랜차이즈 모델은 조리 경험이 없는 창업자도 운영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김 대표는 "창업은 하고 싶은데 요리를 못 해서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며"우리는 '조리는 AI와 기계가 책임질 테니, 고객과 공간에만 집중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정글이 개발한 SaaS 플랫폼 '레시피 AI'는 외식 자영업자를 위한 식단 설계 도구다. 고객 건강정보와 재고 상황을 고려해 자동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영양소 분석과 발주까지 지원한다.

그는 "기술이 있다는 건,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AI 추천이 아니라 실제 조리와 연결되는 구조화된 레시피를 갖고 있다. 이것이 다른 레시피 앱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답했다.
◆ 실증·협력으로 기술 신뢰도 확보
스테이정글의 기술력은 이미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행의 창업 플랫폼 IBK창공 구로 13기 선정, 탭엔젤파트너스·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지원하는 농식품 기술창업 육성사업 '유니팜' 3기에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스테이정글은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와 기능성 식품 및 레시피 온톨로지를 연구 중이다. 밥스누와는 건강기능성 두유를 개발하고 있다. 무궁화종합건설과는 스마트키친 기반 인프라 구축을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기술은 겉으로 멋져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콩 1호점은 저희에게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기술을 실증하는 공간'"이라고 당부했다.
◆ 비건을 넘어, 건강한 식문화로 확장
최근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강남콩 매출도 상승세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비건이라는 키워드보다는 '신선함'과 '신뢰'를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내세우는 건 비건보다 '즉석 추출의 신선함'과 '기계가 만드는 일관된 품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고객들이 가장 반응하는 부분도 여름엔 콩국수가 인기다. 고객들도 '속이 편하다' '단백질 보충에 좋다'는 고객 피드백이 많다.

◆기술로 만든 식문화 플랫폼, 세계로 진출
스테이정글은 '식당 브랜드'가 아니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식생활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한다. 하드웨어(조리 기계), 소프트웨어(레시피 AI), 브랜딩(강남콩)과 공간(매장 운영)까지 연결된 통합형 푸드테크 모델이다.
김 대표는 "강남콩은 한국형 푸드테크의 완성형 모델"이라며 "K-푸드가 아니라, 기술로 조리 구조를 바꾼 시스템"이라고 자부했다.
이어 "우리는 글로벌에 맞게 현지화하고, 세계 외식업계의 인력난과 건강식 수요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강, 지속가능성, 그리고 조리 편의성.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스테이정글의 핵심 가치"라며 "누구나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기술 덕분에 더 쉽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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