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원의 글로벌프랜차이즈] 졸리비가 꿰뚫어 본 K-프랜차이즈의 진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Jollibee)가 한국 커피·치킨 프랜차이즈를 연달아 인수하며 국내외 외식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졸리비는 2019년에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커피빈'을 인수해 글로벌 커피 시장에 본격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부산 기반 저가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의 지분 70%를 약 4700억원에 사들였다. 최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 운영사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예상 거래가가 1000억원대 중반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일련의 움직임은 단순한 해외 투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졸리비는 이를 통해 '한류 외식 패키지'를 완성하고, 자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역수출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 브랜드를 인수해 필리핀 내에서 한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하고, 동시에 자사의 노후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젊고 감각적으로 리뉴얼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 내 한류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한류 아이돌과 드라마, K-뷰티 제품이 이미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필리핀 소비자의 90%가 한국 미디어를 소비한다는 조사도 있다. BTS 뷔나 배우 차은우를 모델로 활용한 컴포즈커피와 노랑통닭은 이미 MZ세대 소비자들에게 '핫'한 브랜드다. 졸리비는 이러한 한류 감각을 마케팅 자산으로 전환해 필리핀과 글로벌 매장에서 프리미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 시장의 ‘테스트베드’ 가치다.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초경쟁 시장이다. 커피 소비량 세계 3위 국가답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이미 높은 품질, 효율적 운영 시스템, 일관된 매장 디자인, 강력한 물류망 등 글로벌 확장을 위한 경쟁력을 내재화하고 있다. 졸리비 입장에서는 이런 검증된 시스템을 통째로 가져와 자사 브랜드 운영 노하우에 이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환율 여건도 한몫했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한국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었던 점이 졸리비의 매수 타이밍을 뒷받침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중동, 유럽 등 15개국에서 23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졸리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이 한국 브랜드들은 'K-프랜차이즈 역수출'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졸리비의 인수 전략은 우리에게 경고처럼 들린다. 한류의 힘이 글로벌 마케팅 자산이 된 지금, 외국 자본은 그 가치를 정확히 보고, 사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대로 한국 본사들은 과연 그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종종 수천억 원 규모의 인수 금액을 보며 "우와!" 하고 감탄하지만, 그 금액만 바라보고 마치 성공적인 '엑시트'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글로벌프랜차이즈 관점에서 묻자. 졸리비가 본 것은 단순한 매출과 점포 수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브랜드의 한류 자산 가치, 운영 효율성, 테스트베드에서 입증된 경쟁력까지 계산했을까?

결국 우리가 높다고 생각하는 그 가격조차,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잠재 가치에 비하면 '헐값'일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빡빡하게 다진 효율적 시스템과 한류가 만들어낸 브랜드 친밀감은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면 훨씬 높은 부가가치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한국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왜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구조로 넘겨야 할지를 설계하지 못하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브랜드는 다른 누군가의 전략 자산으로 쓰일 뿐이다.

앞으로 한국 프랜차이즈는 단일 브랜드 수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직접 투자 진출, 공동 브랜드 개발, 심지어 매각까지 다양한 글로벌 전략 옵션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라는 치열한 시장에서 검증된 우리의 브랜드가 세계 어디서도 통할 수 있도록 스스로 전략을 짜고, 그 가치 평가와 활용 계획을 우리가 먼저 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다. 

"우리 브랜드가 그저 팔려나가는 것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세계 시장을 설계하고 지배할 것인가?"

천세원 ㈜외식인(FC다움) CDO / 한국프랜차이즈교육원 이사 /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창업&프랜차이즈 컨설팅 전공 석사 졸업 / 중앙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육공학 전공 석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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