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대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인사가 미국에 급파된 데 이어 대통령실은 특사단 파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미국의 관세 유예가 오는 8일(현지시간)로 종료되는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위 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협상이 중요한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고위급에서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번 방미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용해 부과하겠다는 내용으로 한국은 25%의 상호관세율이 책정됐다. 이후 미국이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시간을 벌었으나, 대선 정국 등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협상은 더뎠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협상 채널 구축과 신뢰 회복 등에 힘을 실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미국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한국시간 8일) 정오부터 전 세계 국가에 미국 관세 서한이나 합의 결과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약 12~15개국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9일까지 대부분의 나라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시 예고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한 셈이다.

◇ 대통령실, 미국에 특사단 파견 검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을 넘긴 상황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녹록지 않다는 점은 오롯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 실장은 이날 미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각료들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저라도 와서 대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협상 결과를 쉽게 예단치 못하는 모습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일 미국 출국 전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현재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낙관적, 비관적 가능성이 모두 다 열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일단 미국 측에 우리의 협상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 내실 있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정부가 유예 종료를 근거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8월 1일을 관세 효력 시점으로 언급한 만큼,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위 실장은 이날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런 것들을 포함하여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과 여 본부장 등 안보 및 통상의 수장이 모두 미국을 방문 중인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간에는 관세 협상 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문제, 이를 논의할 정상회담 추진 등 여러 현안이 존재하고 있다. 정부로서도 대미 협상력 강화가 절실한 까닭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통령실은 미국에 특사단을 파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과 김우영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특사단은 단순히 미국만이 아니라 협력 관계 강화 차원에서 약 14개 국가에도 파견될 예정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에서 특사단 파견을 하기로 하고 자체 명단을 작성한 후 관련 당사국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명단과 관련해서는 당사국과의 협의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우 수석은 “(특사단이) 특별한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단 성격을 띠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에 특사단을 파견한다면 당연히 현안과 관련해 여러 다양한 노력이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