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스타트업이 성장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기존 사업체의 영업을 양수하는 방식이 종종 활용된다.
영업양수는 인적·물적 자산과 거래관계, 계약 등 영업재산을 포괄적으로 이전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중에서도 영업양수인이 종전 회사의 상호(商號)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를 '상호속용'이라고 한다.
상호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 브랜드 가치, 시장에서의 평판이 집약된 핵심 요소다. 그래서 양수인이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상호속용'은 실무에서 종종 선택된다. 특히 소비자 인지도가 중요한 B2C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유의미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속용하면 법적 책임도 함께 따라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제3자 채무에 대해 양수인도 원칙적으로 변제 책임을 지게 된다(상법 제42조).
양도인 및 양수인 사이에 채무인수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과거 거래관계에서 생긴 채무에 대해 새로 사업을 인수한 자가 예기치 않게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의할 점은 등기된 상법상 등기 대상인 상호뿐 아니라 실제로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명칭 전반, 즉 브랜드명, 간판 문구, 옥호(屋號), 서비스명 같은 영업표지도 위와 같은 법적 책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와 영업표지는 구별되는 개념이지만, 사안에 따라 동일한 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영업양수인이 영업양도인의 영업상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지는지와 관련해 대법원은 "양수인이 속용하는 명칭이 상호가 아닌 옥호 또는 영업표지인 경우에도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일반적인 상호속용과 다를 바 없으며 상법 제42조 제1항을 유추 적용해 채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등기 여부가 아니라 양도인의 영업상 채권자가 사실상 이전과 동일한 상호나 영업표지로 보인다고 인식하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이전과 유사하게 유지할 경우에도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간과하면, 본인이 직접 체결하지 않은 계약이나 몰랐던 채무까지 떠안을 위험이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예기치 못한 법적 리스크에 취약하다. 상호나 영업표지 하나 때문에 과거 사업자의 채무를 부담하는 일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상호속용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법률실사(legal due diligence)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무 자료나 계약서뿐 아니라 미확정 채무, 잠재 분쟁, 상호·브랜드 사용 실태, 제3자와 계약 내 책임 범위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법률실사는 상호속용 시 책임 부담 여부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되며, 계약서에 책임 귀속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상법은 리스크 완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영업양수인이 영업양도 직후 지체 없이 '채무에 대한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양도인과 양수인이 함께 제3자에게 이를 '지체 없이 통지'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상법 제42조 제2항). 다만 '지체 없이'라는 시간 요건과 '통지 또는 등기'라는 형식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고, 양도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통지나 등기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실무에서는 영업양수 계약 전 양도인의 채무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또 상호나 영업표지를 계속 사용할 경우 계약서에도 상호속용 여부와 채무 귀속 조항을 명확히 기재하고, 채무를 인수하지 않는 경우 등기와 제3자 통지 절차를 계약과 동시에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핵심 거래처에는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통지해 발신과 수령일자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상호와 영업표지 모두 단순한 '이름' 이상의 법적 효과가 있으며, 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과거 책임이 현재로 전가될 수 있다. 스타트업이 기존 회사를 인수할 때, 외형을 유지하는 결정이 내부적으로는 법적 책임을 수반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등기, 통지뿐 아니라 사전 법률실사까지 포함한 종합적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세우는 일이 법률 리스크 최소화의 핵심이다.

박영서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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