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낮 기온이 연일 30도를 넘기며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9도로 평년보다 1.5도, 가장 더웠던 지난해보다도 0.2도 높았다. 이는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6월 평균 기온으로, 통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치다. 같은 달 전국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2일과 0.8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27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져 29일엔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사실상 한여름 같은 날씨였다.
이웃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NHK와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6월 일본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2.34도 높았으며, 이는 1898년 통계 작성 이래 126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는 폭염 피해에 신음하고 있다.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과 행정 시스템 전반에 걸쳐 피해를 입고 있으며, 기후 대응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관광 차 아들과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A씨는 “더울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 몰랐다”라며 “야외활동 대신 박물관, 미술관처럼 실내 장소로 일정을 바꾸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폭염으로 에펠탑이 최대 20㎝가량 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펠탑 철골이 태양에 노출된 부분은 팽창하고, 그늘진 부분은 수축해 탑이 낮엔 휘고 밤엔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파리에선 5년 만에 ‘적색 폭염 경보’가 발령됐으며, 프랑스 내 초·중·고교 약 2200곳은 임시 휴교했다. 원전 가동도 일부 중단됐다. 프랑스 역사상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더운 6월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로마를 포함한 21개 도시에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를 내렸다. 마리오 과리노 이탈리아 응급의학회 부회장은 “전국 응급실에 열사병 환자가 10%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고온으로 인한 전선 파손으로 피렌체와 베르가모 일대는 정전됐고, 농작물도 타 버렸다. 햇볕에 과일과 채소가 그대로 익어 버린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폭염 시간대의 야외 작업을 금지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모라 지역은 46.6도를 기록하며 6월 기준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스페인 엘그라나도 역시 46도를 기록했고, 바르셀로나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 기온을 보였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노동부 장관은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근로자의 업무량을 줄이거나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스페인 남부 지역에서는 산불로 2명이 사망하고 1만4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컸다.
이 같은 전 세계적인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워킹맘 B씨는 “아이가 더워서 잠을 못 자겠다고 해서 결국 아이 방에 에어컨을 새로 설치했다”라며 “아침·저녁으로 두세 번씩 샤워시키는 것도 일”이라고 말했다. 외근이 잦은 C씨는 “한낮에 밖을 다니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며 “회사에서 얼음조끼를 지급해 줬지만 효과는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 증세로 전국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51명에 달했다. 이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며, 두통·어지러움·피로감·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이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구촌 곳곳이 더위로 몸살을 앓는 지금,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니다. 이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경고 신호다. 전문가들은 “폭염은 기후 변화의 대표적인 징후”라며 “앞으로 더 강도 높은 이상기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한다. 이제 일상생활부터 산업 현장, 교육, 노동 정책 등 사회 곳곳에서 기후 적응 체계를 점검하고, 폭염을 단순 불편이 아닌 ‘자연재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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