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 김호령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3득점으로 원맨쇼라고 불러도 무방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KIA의 선택을 받은 김호령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불렸지만, 타격에서는 늘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다. 2016시즌 타율 0.267을 기록한 게 커리어하이, 2022시즌의 경우 타율 0.273을 마크했으나, 당시 김호령은 54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특히 2023시즌에는 타율 0.179,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지난해에도 타율 0.13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김호령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노려봐도 될 기세다. 그만큼 타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때문에 출전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중. 특히 이날 김호령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김호령은 2-0으로 앞선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롯데 선발 박세웅의 3구째 145km 직구를 공략,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올 시즌 첫 홈런이자, 지난해 4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447일 만의 아치. 그리고 이 활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4-0으로 앞선 3회말 다시 한번 선두타자로 나선 김호령은 박세웅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텄고, 한준수의 진루타와 김규성의 내야 안타에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고종욱의 땅볼에 홈을 파고들며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 정점을 찍었다. 5-0으로 앞선 5회말 김호령 앞에 무사 만루의 밥상이 차려졌다. 여기서 김호령은 롯데의 바뀐 투수 정현수의 2구째 슬라이더를 다시 한번 통타했고, 이 타구도 가운데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 홈런으로 김호령은 데뷔 11년 만에 첫 멀티홈런을 기록했고, 이를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타석에서 김호령은 추가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이미 5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확정지은 뒤였다. 그리고 이날 김호령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롯데를 잡아낸 KIA는 3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2위로 올라서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호령은 "홈런을 올해 처음 쳤는데, 또 멀티홈런에 만루홈런까지 모두 처음 치게 돼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이어 "그제부터 직구 타이밍에 계속 늦더라. 그래서 연습 때부터 타이밍을 조금 빨리 잡았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쳤을 때 담장을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넘어가는 순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입단 이후 타격적인 면에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김호령. 어떤 변화들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그는 "오픈 스탠스에서 크로스로 바꿨다. 그리고 타이밍적인 부분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다. 장타보다는 중심에만 맞춘다는 생각"이라며 "신인 때 감독, 코치님들께서 많이 말씀해 주셨던 부분인데, 내가 많이 흘려들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이 왔다 갔다 했었는데, 이제는 감독, 코치님들께서 말씀하신 걸 귀 기울여서 듣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호령은 '그때 들었으면 어땠겠나'는 말에 "그러니까요. 그게 아쉽다. 그때 말 잘 듣고 할 걸…"이라며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내 폼은 완벽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감독, 코치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단언컨데 타격적인 면에서는 김호령에게 최고의 하루였다. 그는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인가'라는 말에 "그렇다. 처음 멀티홈런도, 만루홈런도 쳤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내 커리어하이 타율이 0.267인데 올해는 그 이상, 2할8푼 정도만 쳤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