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경기를 망치고 있어!"
미국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30일(한국시각) "몇몇 적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 관계들과 접촉했다"며 이들은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야수들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야수들이 등판하는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KBO리그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아무리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도 야수가 투수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르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적어도 KBO리그 내에서는. 단 메이저리그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패색이 짙어졌거나, 승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야수가 투수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르곤 한다. 이유는 어떻게든, 단 한 명이라도 투수들의 소비를 아끼기 위함이다. 경기를 운영하는 사령탑 입장에서는 다음 경기를 위해서, 그 누구라도 승·패가 확정적이라면 투수를 아끼고싶어 할 것이다.
반면 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볼거리' 측면에서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것을 반기는 팬들이 있다면,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엄청난 연봉을 받고 경기를 치르는 '프로'라면 매 순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런 것을 보기 위해 야구 중계를 시청하고, 직관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LA 다저스를 꼽을 수 있다. 다저스는 올해 유독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투수를 대신해 야수를 올리는 일이 잦다. 특히 지난 11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에서 다저스는 6회부터 야수 키케 에르난데스를 마운드에 올리면서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다저스 벤치는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 오른 맷 사우어가 4⅔이닝 동안 무려 9실점(9자책)을 기록하는 동안 그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더니, 6회말 2사에서 갑작스럽게 키케를 투입한 것이다. 심지어 키케는 무려 2⅓이닝을 소화했다. 당시 선발로 올랐던 루 트리비노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부터 사실상 경기를 던진 것과도 다름이 없었다.
이에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일찍부터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고려했던 것 중 하나였다. 불펜 상황을 살펴보면서, 다음 몇 경기를 내다봐야 했다. 오늘 무리하게 승부를 걸어서 주요 불펜진을 소모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선 6회부터 키케가 등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어색했고,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저스의 야수 등판은 11일 경기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키케는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도 11-0으로 크게 앞선 9회초에 등판했다가 무려 5실점(4자책)을 기록한 뒤 ⅔이닝 만에 강판됐고, 다저스는 한 명의 투수를 더 기용했다. 그리고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경기에서도 키케는 13-3으로 앞선 9회초,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4점을 헌납한 채 교체됐다. 또 다저스는 투수 한 명을 더 마운드에 올렸다.

야수가 등판하는 일은 유독 다저스에서만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저스에서는 키케가 올해 총 5경기, 미겔 로하스가 3경기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런 현 상황에 대해 전직 메이저리거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실상 로버츠 감독의 마운드 운용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몇몇 전직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 관계자들에게 접촉했다. 다음 노사협약(CBA)에서 일방적인 점수 차 경기에서 야수의 투수 등판을 대폭 줄이는 조항을 도입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야수가 등판할 수 있는 요건으로는 ▲ 9회에 10점차로 앞서고 있는 경우, ▲ 이닝에 관계없이 8점차 이상으로 지고 있는 경우, ▲ 연장전이 있다.
이에 한 올스타 출신의 선수는 "이건 경기를 망치고 있고, 통계를 우스갯소리로 만들고 있다"며 "야수들이 다치기 전까진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야구를 조롱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과연 전 메이저리거들의 목소리가 다음 노사협정(CBA)에 닿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돈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팬들의 여론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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