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완주가 더 중요하다"
두산 베어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최원준을 하루만에 말소했다.
운이 따르지 않아도 이렇게 안 따를 수가 있을까. 최원준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29로 매우 훌륭한 성적을 거뒀지만, 김유성과 경쟁에서 밀려나며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종에이스' 곽빈이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하게 됐고, 선발로 시즌을 준비해 왔던 최원준은 로테이션에 합류, 시즌을 시작했다.
최원준은 시즌 첫 등판에서 4이닝 3실점(3자책)으로 아쉬운 스타트를 끊었으나, 두 번째 등판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로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승리는 커녕 오히려 패전을 떠안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최원준은 지난 11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14경기에서 총 네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에도 불구하고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키움 히어로즈 김윤하가 워낙 긴 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던 탓에 최원준을 향한 주목도는 높지 않았을 뿐 불운한 것만 놓고 본다면, 최원준이 더 심각했다. 더 극단적으로 규정이닝을 채웠던 투수 중 승리가 없었던 것은 최원준이 유일했다. 이에 두산은 11일 한화전이 끝난 뒤 최원준에게 휴식 차원에서 리프레시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최원준은 지난 24일 경기에 앞서 1군의 부름을 받았고, 곧장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회 최지훈-기예르모 에레디아-최정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최준우에게 첫 피안타를 허용했으나, 한유섬과 고명준, 박성한을 잡아내며 순항했다. 그런데 3회 문제가 발생했다.


정준재와 맞대결에서 2구째를 던진 뒤 최원준이 손가락에 문제가 생긴 듯한 모션을 취했다. 이에 트레이너가 마운드를 방문해 최원준의 상태를 살폈는데, 돌아온 시그널은 더이상 투구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오른쪽 중지의 피부가 벗겨졌던 것이다. 결국 최원준은 시즌 15번째 등판에서도 승리를 수확하지 못하게 됐고, 급기야 25일 1군에서 말소됐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최원준은 우측 중지 찰과상으로 3일간 투구를 중단한다. 그리고 주말부터 투구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즉 굳이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최원준 또한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원준이 말소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환 감독 대행은 '완주'를 꼽았다.
조성환 대행은 "최원준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 문을 연 뒤 '스타트를 잘 끊었기에 더 아쉬웠을 것 같다'는 말에 "공이 더 좋은 날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최원준 본인은 '다음 등판을 준비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완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등판을 준비했다가, 탈이 나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겠다는 입장이다. 올 시즌 초반 부상자들로 인해 너무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쫓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원준은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성환 대행은 "최원준이 승수를 못 쌓고 있고,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본인 나름대로 욕심이 있었는데, 설득을 했다. 최원준에게는 '확실히 낫고 올 시즌 끝까지 가자'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최원준이 빠지더라도 두산은 당장 '급한' 상황은 아니다. 콜 어빈-잭 로그-곽빈-최승용-최민석으로 이어지는 5명의 선발 투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큰 부상이 아닌 만큼 최원준은 열흘 이후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손가락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왔을 때 16번째 등판에서는 최원준이 첫 승을 수확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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