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오’는 지구별에서 나 혼자라 느끼던 외톨이 엘리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주로 소환돼 특별한 친구를 만나며 펼쳐지는 감성 어드벤처다.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에 참여한 도미 시 감독부터 ‘코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스토리 아티스트로 참여한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 ‘코코’ 공동 연출과 각본가로 참여한 아드리안 몰리나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지난 18일 국내 개봉해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엘리오’는 디즈니·픽사의 독보적인 감성과 상상력의 진가를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정교한 세계관과 환상적인 비주얼, 그리고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실력파 제작진의 노고가 있다. 디즈니·픽사의 명작들을 탄생시킨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 2’ 등에 참여한 한국인 이재준 이펙트 테크니컬 디렉터의 열정과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이펙트 테크니컬 디렉터는 물이나 불, 자연현상 등 특수효과(FX, 이펙트)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이재준 디렉터는 이번 ‘엘리오’에서는 광활한 바다와 섬세한 모래 입자를 구현, 자연을 통해 ‘엘리오’의 정서를 전달하며 몰입을 도왔다.
최근 화상 연결을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이재준 디렉터는 “캐릭터와 이펙트를 만드는 게 달라 보여도 결국엔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공통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담당한 파트와 작업에 있어서 중점 둔 것은 무엇인가.
“담당한 파트는 특수효과 부분이고 이펙트, FX라고도 부른다. 넓은 바다 장면을 주로 작업했고 후반에는 모래 팀에 들어가서 모래 작업을 했다. 모래, 바다 팀을 나눠서 작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작업자가 연속성을 갖기 위해 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물을 쭉 하고 모래를 하면 모래를 쭉 하게 되는데 바다 작업을 조금 일찍 마칠 수 있는 여건이 돼서 모래 작업도 하게 됐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물 작업이 항상 어렵다. 워낙 다양한 데이터 요소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데이터라는 것은 다뤄야 하는 데이터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물이라고 항상 이야기한다. 일반 관객은 하나의 화면만 보지만 하나의 화면이 만들어지기 위해 PC 수천 대가 사용되거든. 나는 주로 바다 작업을 많이 했는데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모래 작업도 상당히 어려웠다. 엘리오가 우주와 소통하기 위해 해변가에 나와서 교신하는데 그 모래 포인트가 수천만 개에 달했고 최대한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시뮬레이션도 하면서 아주 디테일하게 작업을 했다.”
-자연이나 배경을 구현하는 것이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일 것 같다. 어떤 차이가 있나. 작업하기 더 까다로운 지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캐릭터를 작업하는 것은 감정을 어떻게 보면 연기하는 것이고 이펙트는 자연 현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파도가 칠 때 거친 파도는 감정이 격해진 상황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고 캐릭터의 슬픔이나 고뇌를 표현할 때는 잔잔한 바다나 물 일렁임을 통해 그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이 시퀀스에서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베이스를 두고 그렇게 접근해서 만든다. 캐릭터를 가지고 연기하는 것과 이펙트를 만드는 게 보기엔 달라도 결국엔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가라는 목적, 공통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효과를 통해서 영화의 분위기나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어떤 효과를 의도했는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준다면.
“엘리오가 커뮤니버스에서 본인의 정체가 들통나고 쫓겨날 때 바닷속으로 떨어지는데 엘리오의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뭔가 해명하고 싶은 마음, 급박함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서 아주 거친 바다와 격정적인 큰 파도가 일어나는 작업을 했다. 시뮬레이션을 할 때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력이라든지 속도라든지 그런 것들을 고려하는데 엘리오의 상실감을 표현할 때는 그런 걸 떠나서 아티스틱하게 접근하고자 했다. 감독에게 파도가 이렇게 치는 게 현실적으로 맞겠지만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더 잔잔하게 해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 2’ 등 앞선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펙트 파트에서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부분이 있다면.
“전통적으로 활용하는 이펙트 기술을 사용했는데 넓은 바다나 아주 디테일한 모래는 매번 작업하지만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매 순간이 도전이다. 기존 우리가 해 온 전통적인 이펙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엘리오가 처음 커뮤니버스에 갔을 때 찰흙같은 캐릭터가 있는데 메타볼이라는 오래된 기술로 만든거다. 메타볼은 말 그대로 찰흙처럼 어떤 형태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인데 오래된 기술이거든. 다만 그 기술로 캐릭터를 만든 적은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메타볼 기술을 활용해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관객이 이펙트의 어떤 부분에 주목하면 더 재밌게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엘리오’는 이펙트가 엄청 강조되는 작품이 아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존 픽사가 보여주지 않았던 ‘외로움’이라는 감정이다. 부모의 부재에서 느끼는 외로움도 있지만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작은 별에 사는 생물학적 종으로서 본질적으로 갖는 외로움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 그 외로움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훨씬 더 재밌게 볼 거라고 생각한다.”
-‘엘리오’가 기존 작업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엘리멘탈’은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 감독의 작품이었고 ‘인사이드 아웃2’도 워낙 대단한 프렌차이즈라 너무 영광이었지만 ‘엘리오’가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엘리오가 어떤 이유에서 부모를 잃는데 펑펑 울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안으로 삭히고 외계인과 끊임없이 교신하려고 하는 모습이 부모에 대한 상실, 사랑에 대한 갈구라고 느꼈다. 그걸 보며 나의 아이들이 너무 생각났다. 작업하면서 계속 스크리닝을 했는데 볼 때마다 울었다. 아이들이 생각나서. 내가 없으면 아이들이 이렇겠구나 싶더라. 또 하나는 나 역시 학창 시절에 어려운 적이 있었거든. 친구들과 트러블도 있었고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도 당하고 하면서 세상에 혼자 남아있다는 느낌, 상실감을 느꼈고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 내가 찾은 것이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세월이 지나 이렇게 ‘엘리오’라는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의미가 있었다. 엘리오의 모습에 나의 모습이 보였고 나의 아이들이 모습이 보여서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있고 더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엘리오’의 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관객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꼽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수준이 아주 높이 올라와 있지만 그럼에도 픽사가 가진 힘은 높은 기술력뿐 아니라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엘리오’ 또한 외로움이란 감정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는데 그 지점이 관객에게 잘 다가갔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관객이 그 어느 나라보다 픽사 작품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픽사가 단순히 비주얼적인 자극과 단편적인 유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관객의 감정을 터치하기 위해 다가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되게 단편적인 재미와 웃음이 넘쳐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고찰적이거나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주제를 한국 관객이 끊임없이 찾아주고 있고 그만큼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엘리오’도 그런 면에서 한국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오’가 표현하고자 한 인간적 성장이 관객에게 잘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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