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6관왕' 박천휴 "韓 관객의 공감, 스스로 믿게 한 원동력" [MD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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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송일섭 기자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박천휴 작가가 K뮤지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2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78회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천휴 작가와 프로듀서 한경숙이 참석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천휴, 윌 애런슨이 공동 작업한 이 작품은 2014년 구상을 시작해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6년 국내 초연을 거쳐 2024년까지 총 다섯 시즌 공연됐다.

지난 6월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까지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포함한 주요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는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됐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최초의 사례다.

이날 박 작가는 “‘K뮤지컬’이라는 표현이 K팝처럼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극장에서 관객들이 한국 원작이라고 얘기 나눌 때 느끼는 뿌듯함이 있다”며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백스테이지에서 ‘밥 먹었어요?’라고 인사할 때마다 내가 가진 문화가 어느 순간 이들의 공부 대상이 됐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것이 곧 K뮤지컬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에서도 높은 재관람율을 기록했다. 관객들은 극 중 인물에게 애칭을 붙이고,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탄성을 내지르거나 첫 키스 장면에서는 박수를 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작가는 “한국 관객들이 감정을 속으로 표현하는 편이라면, 미국 관객들은 보다 물리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문화적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공통된 정서가 기반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가 24일 오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송일섭 기자

자신감을 갖고 고집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한국에서의 반응을 꼽았다. 그는 “아직도 자신감이 넘치는 작가는 아니다. 한국 관객들의 공감이 없었다면, 수정 제안을 받았을 때도 기꺼이 고쳤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믿고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경숙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 공연을 통해 느낀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 한국적인 정서는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드리기 위해 프로덕션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대본이나 음악을 바꿀 계획은 없다. 10년째 공연 중인 작품이고, 브로드웨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해서 굳이 고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서를 지키면서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렌다”고 덧붙였다.

해외와 국내의 창작 환경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을 떠나보지 않은 분들은 종종 이곳이 불리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떠나보면 한국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알게 된다”며 “물론 창작자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지만, 이렇게까지 잘된 나라도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정산과 로열티 개념은 아직 미비한 편”이라며 “뉴욕은 100년 전부터 그런 시스템이 존재해왔지만, 한국은 이제 20~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을 뿐이다. 서울에만 창작 인프라가 집중되지 않고, 지방 도시에서도 작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창작자로서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박 작가는 제2의 박천휴를 꿈꾸는 이들에게 “작가 생활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파트너인 윌이 있어 든든하긴 하지만, 직장을 다닐 때는 건강도 더 좋았고 돈도 잘 벌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그런 고민을 어릴 때부터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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