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선 '실용과 통합'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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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강훈식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11개 부처에 대한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 민주노총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인선의 면면이 도드라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신인 송미령 장관을 유임하는 파격 인사도 이뤄졌다. 실용주의 국정기조를 앞세운 만큼 유능한 인사를 적극적으로 기용해 신속한 국정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중인 담긴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인사는 총 12명으로 11개 부처 장관 및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다. 장관 후보자 일부는 국민추천제의 추천 인물리스트에도 포함돼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강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구성원 후보자들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위기를 돌파하고 혁신을 이끄는 행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인선은 정부의 국정 과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낼 인사들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도약에 대한 의지도 담겼다. 강 실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에 대해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어렵게 모신 전문가”라며 “하정우 AI 미래기획 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익외교’를 담당할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조현 외교부 주유엔대한민국 대표부 특명전권대사가 내정됐다. ‘한반도 긴장 완화’의 책무를 지게 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기후위기’와 ‘북극항로 개척’을 담당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각각 김성환·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낙점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 장관엔 강선우 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 △국무조정실장엔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을 지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과학기술정보신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첫번째줄 왼쪽부터) LG AI연구원장,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조현 전 외교부 차관,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권오을(두번째줄 왼쪽부터) 전 의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송미령 현 장관을 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강선우(세번째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 국무조정실장에는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과학기술정보신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첫번째줄 왼쪽부터) LG AI연구원장,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조현 전 외교부 차관,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권오을(두번째줄 왼쪽부터) 전 의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송미령 현 장관을 유임,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강선우(세번째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 국무조정실장에는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제공

◇ 64년 만에 첫 민간 국방장관… 전 정부 출신 유임도

이번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파격 인사’가 여럿 단행됐다는 점이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군 출신이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던 것과 달리 민간 출신인 안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의 상당 시간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와 안정화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민주노총 출신인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명했다. 노동자 권익을 대변해 온 인사인 만큼,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정부의 노동 친화 정책에 대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 정부의 노동 탄압 기조를 혁파하고 노란봉투법 개정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산업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수립과 필요한 역할을 하실 분을 내정자로 모신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 기반 인선은 진영도 가리지 않았다. 국가보훈부 장관에 ‘보수 정당’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임명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수장에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장관을 유임한 게 대표적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 전 의원에 대해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송 장관 유임과 관련해선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 의원에 대해선 군 출신이 아닌 국방부 장관이 군 조직을 장악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 시선이 고개를 든다. 송 장관의 경우 윤석열 정부 당시 ‘양곡관리법’을 반대해 온 인사라는 점에서 현 정부와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에 어떤 활동과 결정을 하셨든 간에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인선이 ‘실용’과 ‘통합’을 기반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남은 내각 인선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 부처에 저희가 인사를 할 수 있는 분 중 실력과 능력이 있고 현 정부의 기조와 방향성에 동의하는 분들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사와 관련해 “중동분쟁 등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흐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청문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당면 위기에 내각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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