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공급 불안과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0.30달러(0.40%) 오른 배럴당 75.14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76.7달러로까지 치솟으며 전월 대비 약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유가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를 맞으면서 급등락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나서면서 지난달 초 60달러 초반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7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이란이 휴전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국제유가가 잠시 하락했으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직접 개입을 시사하자 안정세를 찾았던 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보면 정유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과거 저가에 들여온 원유 재고의 장부상 가치가 올라가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한다. 하지만 고유가가 길어지면 소비 심리가 위축돼 수요가 감소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란이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원유 가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되는 중간 유분인데, 국제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같이 올라 제조 원가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재 석화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불황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이란 사태가 터지면서 원유 공급망이 불안정해지고, 유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대되며 또 다른 악재를 만나게 됐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먼저 업계는 원료용 중유에 부과된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료용 중유는 경유, 휘발유, 항공유, 지속가능항공유(SAF), 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되는 중유로, 정유업계는 해당 증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로 연간 약 250억원 규모의 과세 부담을 지고 있다.
또 국내 생산 액화석유가스(LPG)에만 붙는 석유수입부과금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수입부과금으로만 연간 7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정부도 상황을 살피며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 회의실에서 '중동 상황 관련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점검회의'를 열고 정유·주유소 업계 및 유관기관과 석유·가스 수급 비상대응태세와 석유가격 상황을 점검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 등을 상정해 비상 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 정책이 현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석유가격을 상세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제유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국내 가격 인상이 없도록 업계에 당부했다. 국내 유가 안정화를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도 8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사태가 길어진다면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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