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당하게 걸을 수 있어요" 15G 만에 선발승, 웃음꽃 핀 나균안이 팬들에게 전한 '부탁' [MD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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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나균안./롯데 자이언츠롯데 자이언츠 나균안./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꼭 기억해 주세요"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8구,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승째를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나균안은 올해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두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나균안은 지난 11일 KT 위즈에서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무려 14경기 만에 감격적인 첫 승을 맛봤다.

하지만 당시 나균안은 승리에 대한 소감을 묻자 "부끄럽다"고 답했는데, 이날 선발로 돌아와 펼친 투구는 탄탄했다. 나균안은 1회 땅볼 두 개의 뜬공 한 개로 무실점 스타트를 끊더니, 2회 채은성-이도윤-황영묵으로 연결되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그리고 3회 유로결과 이진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첫 위기에 몰렸는데, 여기서 3루수 김민성과 1루수 고승민이 연달아 다이빙캐치로 호수비를 펼치며 나균안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수비의 도움을 받은 나균안은 4회 노시환과 채은성을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다시 한번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리고 5회에는 황영묵에게 2루타, 최재훈과 안치홍에게 볼넷을 헌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문현빈을 삼진 처리하며 승부처 위기를 넘겼다. 이때 나균안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이어 나균안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승리 요건을 갖춤과 동시에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나균안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2-0으로 아슬아슬하게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롯데는 7회말 공격에서 두 점을 더 뽑아내며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고, 7회부터 정현수(⅓이닝)-정철원(⅔이닝)-최준용(1이닝 3실점)-김원중(1이닝)으로 연결되는 필승조들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뒷문을 걸어잠그면서, 나균안은 선발로 무려 14경기 만에 첫 승을 시즌 2승째로 장식했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부산 = 박승환 기자롯데 자이언츠 나균안./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나균안은 '오늘은 안 부끄럽느냐'는 장난에 "오늘은 조금 당당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6이닝을 던지고 감독님께서도 '잘 던졌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으며 "원래 어제(18일) 경기에 나갈 예정이었는데, 캐치볼을 하면서 담이 왔었다. 감독-코치님의 배려 덕분에 하루 미뤄지면서 잘 던질 수 있었다. 담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스스로 나약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착실히 준비를 했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던 만큼 7회 등판 욕심은 없었을까. 나균안은 "전혀 욕심을 아 부렸다. 6회가 끝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 오늘 수비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박)재엽이와도 호흡을 처음 맞췄는데, 볼 배합은 재엽에게 다 맡겼다. '널 믿는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홈런을 맞든, 뭘 하든 형이 책임질게'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경기 전을 비롯해 중간중간 이야기를 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균안은 5회 만루 위기를 막아낸 뒤에는 평소답지 않게 격한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그는 "만루가 되는 과정이 아쉬웠다. 볼넷을 두 개 내주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세리머니가 나왔다"며 5회 2사 만루에서 문현빈과의 승부에 대해서는 "포크볼을 참을 때 '한 번 더 던지면 무조건 나올 거다. 한번 또 참아봐'라는 마음으로 재엽이가 포크볼 사인을 내주길 바랐는데, 똑같이 내줘서 더 자신 있게 들어갔다. 삼진을 잡을 것이란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균안은 3회 호수비를 펼친 김민성과 고승민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김)민성이 형이 잡아줬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고)승민이가 잡았을 땐 약간 어이가 없었다. 수비수들이 너무 잘 도와줬다. 너무 기분 좋은 표현을 '어이가 없다'고 했는데, 말할 필요 없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롯데 자이언츠

'부상병동' 롯데는 이날 경기를 승리하면서 또다시 힘든 고비를 넘겼다. 나균안은 여기서 팬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는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연승을 했다. 팬분들께서 지금 나가는 선수들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주전들이 돌아왔을 때도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태양이와 (박)재엽이 등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이 위기만 극복하면 팀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떄문에 이 어린 선수들을 꼭 기억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롯데 멤버 중에는 가을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많지 않다. 그중에서 나균안이 '타자' 시절 2017년 포스트시즌을 살짝 경험했었다. 나균안은 "가을야구는 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맛을 본 선수는 또 가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직 많이 남았지만 1승, 1승이 정말 중요하다.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올해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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