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구에서 다친 적도 있었는데…
KIA 타이거즈 간판 유격수 박찬호(30)는 약 1년9개월 전이던 2023년 9월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3유간 깊숙한 타구를 날리고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네번째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그 여파로 한창 5강 싸움을 하던 시즌 막판 약 2주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후에도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종종했다. 작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역사 예외일 수 없었다. 전임 감독도, 현 이범호 감독도 그렇게 1루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소용없었다.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보다, 발로 1루를 점유하는 게 빠르다는 데이터 분석이 널리 알려진 시대. 그러나 박찬호의 몸은 때로는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움직였다. 박찬호라고 부상 두려움, 위험성을 모르고 그랬을까. 당연히 아니다. 오직 KIA의 승리를 위해 몸을 날렸다. 팀 퍼스트 마인드, 팀에 대한 로열티가 대단한 선수다.
지난 18일 광주 KT 위즈전서도 박찬호의 뜨거운 열정이 또 한번 표출됐다. 3-3 동점이던 7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KT 좌완 전용주에게 3루 방면으로 빗맞은 타구를 날렸다. 경기흐름상 무조건 출루가 필요한 상황.
박찬호는 또 한번 상체부터 1루를 향해 내던졌다. 세이프. KIA 팬들은 그런 박찬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내야안타는 5회말 좌선상 추격의 2타점 2루타 이상으로 가치 있었다. 이후 박찬호는 오선우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고, 2사 만루 찬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대타 이창진의 결승 2타점 좌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KIA가 5-3 승리, 극적인 4연승을 달성했다.
박찬호는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다가 다시 올라오는 추세다. 이날 3안타 포함 최근 4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0.333. 아직 시즌 타율 0.276에 불과하긴 하다.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을 때린 공수겸장의 자존심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박찬호의 야구를 늘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날 3안타라서 칭찬받아야 할 게 아니라. 유니폼이 더러워진 걸 칭찬받아야 한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통해 내규에 따라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박찬호는 기분 좋게 대가를 치를 수 있을 듯하다. 덕분에 KIA도 4연승하며 시즌 처음으로 승패 마진 +3을 기록했다. 이제 KT와 공동 5위다. 1위 한화 이글스에도 단 5.5경기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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