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2017년부터 그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유망주가 있다. 바로 '아픈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윤성빈이다.
부산고 시절부터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관심을 받았던 윤성빈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7cm의 훌륭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재능은 그해 신인들 중 '최고'로 손꼽혔다.
윤성빈은 데뷔 첫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하며 경험치를 쌓았는데, 이후 1군 무대에서 특급유망주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9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윤성빈의 1군 등판은 고작 3회에 불과했다. 윤성빈의 가장 큰 무기는 강속구이지만, 단점은 제구였던 만큼 여러 투수 코치들이 윤성빈의 특급 재능을 살려보기 위해 투구폼에 손을 댔는데, 오히려 '자기 것'을 잃어버리는 등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던 까닭이다.
물론 구단 차원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는 윤성빈을 미국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은 물론 일본 치바롯데 마린스 연수까지 보내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2군에서 12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62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고, 당장의 성과가 나오진 않을 수 있지만, 김태형 감독도 윤성빈에게 기회를 줄 뜻을 갖고 있다.
그만큼 재능은 확실하다. 윤성빈은 올해 첫 1군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0일 LG 트위스와 맞대결에서 최고 157km의 빠른 볼을 뿌렸지만, 제구에 난조를 겪으며 1이닝 9실점(9자책)을 기록했다. 이에 윤성빈은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해 경험을 쌓기 시작했는데, 선발로 등판했을 때보다 더 빠른 159km의 볼을 뿌린 것은 물론 사사구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다시 한번 1군의 부름을 받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3일 인천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 앞서 윤성빈의 콜업에 대한 물음에 "윤성빈은 길게 던지는 것보다는 짧게 써보려고 한다. 그 좋은 공을 갖고 있는데, 그대로 둘 순 없지 않나. 못 던져도 본전이지 않나.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윤성빈은 15일 SSG전에서 0-1로 근소하게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최지훈에게 157km-156km-157km 직구만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그리고 17일 경기에 앞서 윤성빈이 오랜만에 취재진과 마주했다. 지난 15일 불펜으로 다시 한번 1군 무대를 밟았던 소감부터 들어봤다. 윤성빈은 "첫 등판과 똑같이 했는데, 두 번째 올라가는 거다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했다. 감독님께서 진짜 편안한 상황에 올려주셔서, 자신 있게 가운데만 보고 강하게 던졌던 것 같다"며 "첫 등판 이후 당일에만 조금 힘들어하고, 다음날부터 똑같이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등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몰래카메라 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1점차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우리 뒤에 투수들이 좋고, 한 타자도 못 잡으면 진짜 야구를 그만둬야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던졌다. 그날 팔을 풀 때부터 스트라이크가 잘 들어가서, 다음 이닝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코치님께서 자신감을 올려주시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납득하고 좋은 마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등판으로 조금은 편안하게 던졌다고 했지만, 윤성빈에게는 간절한 등판이자 아웃카운트였다.
시간을 거슬러, 첫 등판 당시 갑작스럽게 흔들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윤성빈은 경기 시작 후 9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던졌는데, 피치컴 문제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뒤 갑작스럽게 흔들렸었다. 그는 "프로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그 이후 시야가 조금 분산됐다. 그전까지는 (유)강남이 형 미트 밖에 안 보였었다"고 했다.
어쩌면 윤성빈에게는 선발보단 불펜이 더 어울리는 옷이 될 수 있다. 선발은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커맨드가 필수적이지만, 불펜의 경우 제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힘으로 찍어누르는 피칭으로도 짧은 이닝을 막아낼 수 있는 까닭이다. 윤성빈도 "나는 빠른 공이 무기다. 한 타자, 두 타자, 세 타자 100% 힘을 쓰면, 불펜도 괜찮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올해 윤성빈이 가장 좋아진 대목은 단연 투구폼이다. 폼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면서, 잃었던 구속도 되찾았다. 김현욱, 김상진 코치들과 함께 그만큼 많은 노력을 쏟아낸 결과다. 그는 "킥을 들고 멈추는 동작으로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이게 됐다. 투구폼을 바꾸고 스트라이크 비율도 좋아지고, 볼넷을 주더라도 예전에는 터무니없는 볼넷이었는데, 요즘엔 박스 근처에서 놀다가 나오는 볼넷이 많다. 느낌이 많이 좋아졌다. 힘을 더 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폼이 100% 정립이 되고 마음 편하게 던지면 160km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모든 것은 멘탈 싸움이다. 윤성빈도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안다. 결국 멘탈이고 심장 싸움이다. 오랜만에 올라오고, 연차도 쌓이다 보니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신인의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를 임할 생각이다. 올해는 1군에서 남은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다. 그리고 올겨울 마무리캠프와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해서, 내년을 더 확실하게 준비하고 싶다"며 "첫 등판 이후 너무 많은 연락이 왔다. 팬들께도 연락이 많이 왔다.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다. 그 마음에 꼭 보답을 하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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