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21대 대선 후 재편된 여야 지도부의 첫 상견례가 진행됐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회의 구성이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바뀌어 양당의 입장 차가 뚜렷했다. 양당 지도부는 협치에 방점을 찍은 발언들을 내놓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법제사법위원장 임명 건 등 현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확인했다.
다만 여야 원내사령탑인 김병기‧송언석 원내대표는 첫 회동 직후 매주 만남을 정례화하는 등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오찬 일정을 조율해 보자고 제안했다. 대선 이후 국회에서 ‘협치’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협치에 ‘공감’, 현안엔 ‘이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대화의 문을 언제나 열어두고 있다”며 “민생을 중심에 둔 실질적인 협력, 그리고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로 정치를 복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부가 준비하는 약 20조원의 추경에 대해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라면 기꺼이 협력하겠다”면서도 “국가 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추경이라면 분명하게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경영의 자율성’, ‘외국 투기자본의 개입 확산’ 등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시장과 기업 투자자 모두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신중한 논의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사법 체계 개혁‧개편 법안들에 대해서는 더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공직선거법,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 등은 국가의 뼈대를 구성하는 핵심 제도”라며 “이런 법안들이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입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장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통령 기소를 막는 조항, 대법관을 늘리는 사안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이것을 방탄 입법으로 보고 계신다”며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언중유골”이라며 “그런 것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고, 협의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다. 깊이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치할 자세와 준비가 돼 있다”며 “정책 차이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되 민생 앞에서는 언제든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협치’를 강조한 셈이다.
민주당은 쟁점 현안을 ‘강행’하는 모습보다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먼저 던진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김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3개 법안 추진은 여야 협의 대상'인지 묻는 질문에 “일단은 토론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 강행해서 처리하지는 않으실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 “전반적으로 여야가 대화해야 된다는 큰 틀에서 공감해 주셨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송언석 원내대표를 찾아 당선 축하 난을 선물했다. 첫 공개 회동에서는 덕담이 오가는 등 날이 선 모습보다 웃음을 주고받았다.
송 원내대표는 먼저 김 원내대표를 “굉장히 신중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이라며 “정보위와 정무위를 중심으로 활동해 오시면서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우리당 의원님들도 모두가 다 인품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국회의 오랜 아름다운 관행이 많이 무너지고 협치가 무너진 데에 국민의힘의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야당 된 입장에서 국민의힘도 민생 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인 여당이 됐으므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데 가장 큰 책임과 권한이 있다”며 “법제사법위원장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를 부탁한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 입법부 내 상호 견제·균형을 하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견제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에 법사위원장직을 달라고 압박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해 입법권과 (정부의 법안) 거부권을 다 갖고 있어 정부의 거부권 행사 이유도 없어진 만큼, 김 원내대표가 여야 협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법사위 등에 대해 한 번 더 심사숙고해 좋은 방안으로 협의하는 것이 정치의 본연 자세”라고 거듭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송 원내대표의 요구에 바로 답하지 않고 ‘협치’를 강조하며 신속한 추경을 제안했다. 그는 “송 대표님은 예산·정책통인 만큼 국정 운영의 현실과 책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실 것”이라며 “지금 속도도 중요하다.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은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받는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추경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경에 대해 협조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송 원내대표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의 만남을 정례화하자고 합의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일단 시작하고 이외에도 자주 만나며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정쟁보다 ‘협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을 제안하고 송 원내대표가 이를 수락해 그간 중단됐던 ‘여야 협치'가 복원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우상호 정무수석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정치 회복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오찬에 초청했다”며 “(회동)시기는 국민의힘과 조율해야 하는 사항이라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도 이날 강 실장과 우 수석과 면담 후 “강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양당 원내지도부가 식사라도 하는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며 “저도 기본적으로 좋다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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