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없이 개통 재개… 이심(eSIM)만 우선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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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SKT 대리점.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중단했던 신규 영업을 이심(eSIM) 기반으로 재개했다. 유심 기반 가입은 이달 20일 전후 재개가 예상된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부터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이심을 활용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접수를 시작했다.

이심은 단말기에 내장된 전자식 가입자 식별 모듈로, 실물 유심 없이 개통이 가능하다. SKT 측은 “유심 재고 확보 전까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업 재개는 지난 4월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처음이다. 유출 규모는 약 2695만건으로, SKT 전체 가입자 수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후 정부는 SKT에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을 중단하도록 행정지도를 내렸고, SKT는 기존 고객 유심 교체에 집중해 왔다.

현재까지 약 807만명의 유심 교체가 완료됐으며, 182만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유심은 이달 셋째 주까지 350만장 이상이 추가 확보될 예정이며, 하루 30만장 내외의 교체가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심 공급과 교체 대기자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신규 영업 재개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빠르면 오는 20일 전후부터 실물 유심 기반 영업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SKT는 대규모 가입자 이탈을 겪었다. 5월 한 달간 SKT에서 타사로 이동한 번호이동 건수는 44만49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번호이동은 93만3509건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치다.

SKT 순감 규모는 40만명을 웃돈다. 이동자 중 약 19만7000명이 KT로, 15만8000명이 LG유플러스로, 8만5000명이 알뜰폰으로 이동했다.

서울의 한 통신3사 대리점. /마이데일리 DB

경쟁사들은 영업 공백을 기회 삼아 고객 유치에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는 프리미엄 단말기 중심으로 공시지원금을 확대했고, 알뜰폰 사업자들도 공격적인 요금제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KT는 5월 단일 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며 반사이익을 얻었다.

SKT도 대응에 나섰지만 제한적이다. 이심 전용 요금제와 콘텐츠 쿠폰 등 혜택을 내걸었지만, 단말기 호환성과 낮은 인지도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심은 아이폰과 일부 갤럭시 최신 모델에만 적용되며, 중저가폰 이용자나 고령층은 접근이 어렵다.

서울 시내 T월드 매장 관계자는 “이심 개통 문의는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실물 유심이 가능한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심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 보안 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과기정통부는 유심 재고 비축 의무화, 해킹 사고 대응 프로토콜 마련, 통신사 보안 투자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도 외부 전문가 중심의 보안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유심 500만장 추가 확보와 보안 시스템 전면 재점검에 착수했다.

시장에선 오는 20일 전후 유심 기반 영업 재개 시점을 SKT의 실질적 복귀로 보고 있다. 동시에 7월로 예상되는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되면, 시장 탈환을 위한 전략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심 재개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유심 정상화 이후 요금제 개편, 신뢰 회복, 단통법 폐지 대응 등 실질적인 복구 전략이 병행돼야 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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