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요즘은 던지고 내려와서 기도해요"
SSG 랜더스는 13일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베테랑 좌완 에이스 김광현 선수와 계약기간 2년 총 36억원(연봉 30억원, 옵션 6억원)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며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재취득을 앞두고 있던 김광현과의 연장계약을 발표했다.
김광현은 지난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원 클럽맨'으로 SK의 유니폼만 입었던 김광현은 2019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시즌을 보낸 뒤 2022시즌에 앞서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 이에 SSG는 김광현에게 4년 총액 151억원이라는 특급 대우를 안기며 '에이스'의 귀환을 반겼다.
김광현은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4년 계약이 만료돼 FA 자격을 다시 한번 손에 넣을 예정이었다. 김광현이라면 충분히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최근 김광현과 SSG가 연장계약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했고,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년 연장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김광현은 3~4년도 아닌, 2년 계약을 맺은 것일까. 이를 김광현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김광현의 가장 큰 목표는 200승이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얻은 10승이 있지만, 김광현은 KBO리그에서만 순수 200승을 노리고 있다. 현재 김광현은 174승을 기록 중. 200승 도달까지는 26승만 남았다. 올 시즌을 포함해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각종 불운이 겹친다면, 해당 기간 내에 기록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김광현은 '2년'이라는 기간을 동기부여로 삼기 위해 이를 택했다.


김광현은 "야구를 시작하면서, 큰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40세, 20년 동안 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입단하고 부터도 송진우 선배가 200승을 넘었고,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에 넘어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계기도 200승을 하기 위해선 몇 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절반의 시즌도 남았다. 열심히 더 잘한다면 2년 동안 200승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내게 그 안에 도달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한다. 목표를 갖고, 동기부여가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2년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00승을 달성하고, 2년의 계약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선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김광현은 이번 연장 계약의 2년이 끝난 후에도 FA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2027년 오프시즌에 FA를 선언해 다시 한번 평가를 받아볼 수 있다. 때문에 김광현이 2년이라는 데드라인을 선정했다.
김광현은 '연장계약 과정에서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냐'는 물음에 "지도자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며 "나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2년 후에 다시 재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 은퇴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나보다 6살 많은 오승환 선배도, 4살 많은 (노)경은이 형도 있다. 그분들을 따라가기 위해서 선수를 1년이라도 더 하는 게 마지막 목표다. 그럴려면 지금부터 관리를 잘 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1차적인 목표는 2년 반의 기간 내에 200승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김광현의 최종 목표는 송진우가 보유하고 있는 210승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는 '송진우가 보인다'는 말에 "아직 30승 이상 남았다.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멀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고, 200승을 머리에 항상 두고 있었다. 팀 동료였던 웨인라이트도 200승을 하고 그만뒀더라. 나는 200승 이상을 하고 싶다. 앞만보고 걸어갈 일만 남았다. 끝이 없이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200승을 의식하면서 김광현은 요즘 마운드를 내려간 뒤 기도까지 한다고. 그는 "승리 투수라는 특징이 나만 잘해선 되는 게 아니다. 수비와 타격, 불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던지는 날은 어쩔 수 없지만, 안 던지는 날은 열심히 응원하고, 기운도 불어넣어야 많은 승리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요즘은 던지고 내려와서 기도해요. 첫 승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처음에 6이닝 던지고 3이닝을 얼마나 떨면서 봤는지. 요즘도 비슷하고, 떨리더라. 욕심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미 '리빙레전드'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끊임 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김광현이 현역 유니폼을 벗을 때 과연 어떤 위치까지 올라가 있을까. 김광현의 질주는 최소 2년 반 동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