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경현 기자] "죄송스럽고 미안한 부분이 많았다"
KIA 타이거즈 구원 투수 전상현이 타이거즈 역사상 첫 페이지를 열었다. 그럼에도 전상현은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전상현은 11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단숨에 아홉수를 넘었다. 이날 전까지 전상현은 9홀드에 머무르고 있었다. 8일 한화전 5-5 동점 상황에 등판해 2이닝 1실점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날은 7회 무사 1, 3루에서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 홀드를 기록했다. 시즌 10호 홀드.
KIA를 넘어 '타이거즈' 최초가 됐다. 전상현은 2022년 16홀드를 시작으로 2023년(13개)-2024년(19개) 3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적어냈다. 2025시즌까지 10홀드 고지에 오르며, 구단 최초의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KBO리그에서는 11번째다.


사실상 전상현이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팀이 4-2로 앞선 7회 이준영이 선두타자 구자욱에게 2루타를 맞았다. 디아즈가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는데, 이를 윤도현이 놓쳤다. 윤도현의 포구 실책. 구자욱은 3루로 향했다. 이범호 감독이 전상현을 투입했다. 전상현은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강민호를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 내며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8회 조상우(1이닝 무실점)-9회 정해영(1이닝 1실점)이 뒤를 책임졌고, KIA가 6-3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이범호 감독은 "필승조도 다들 좋은 모습이었다"면서 "특히 팀이 역전에 성공한 후 무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아낸 전상현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전상현을 콕 집어 언급했다.
취재진과 만난 전상현은 "(김)태군이 형을 믿고 던졌다. 믿고 던진 결과가 좋게 나왔다. 올 시즌 초부터 (성적이) 안 좋아서 포수 사인대로 계속 던지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 타자 승부가 가장 중요했다. 김영웅은 언제든지 일발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 큰 것을 맞았다면 홀드는 물론 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전상현은 "어려운 상황에 나갈 때는 첫 타자 승부가 제일 중요하다. 삼진이 무조건 하나에서 두 개 정도 나와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타자 승부 때 삼진으로 잡은 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포크볼 승부가 주효했다. 김영웅에게 초구 포크볼 헛스윙-2구 직구 볼-3구 포크볼 헛스윙-4구 포크볼 헛스윙으로 삼진을 뽑았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아직 만족할 수 있는 구위는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포크볼이 잘 들어갔다"고 했다.
시즌 초에 크게 흔들렸고, 서서히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 전상현은 3월 3경기서 평균자책점 10.13으로 무너졌다. 4월 3.00으로 반등하는 듯 싶었지만 5월 4.85로 2% 아쉬움을 남겼다. 6월 6경기에서 2.70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전상현은 "시즌 초 많이 맞다 보니까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어느 순간 제가 내려올 때 '왜 이렇게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지?' 생각했고, 그다음 경기부터 맞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면서 구위도 시즌 초보다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4년 연속 10홀드가 구단 최초 기록이라고 전하자 "몰랐다. 구단에서 기회를 많이 주셨기 때문에 달성할 수 있었다"라면서 "제가 부진이나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기록을 더 빨리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팀도 승리했고 본인도 홀드를 챙겼다. 거기에 대기록도 작성했다. 그러나 전상현은 연거푸 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전상현은 "시즌 초반에 제가 까먹은 게 너무 많다. 팀이나 감독님, 코치님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한 부분이 되게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라고 토로했다.
11일을 기점으로 KIA는 64경기를 펼쳤다. 이제 80경기가 남았다. 전상현이 초반 부진을 씻어낼 기회는 충분하다. 다음 등판부터 전상현이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오길 기대해 본다.
한편 김태군이 옆을 지나가며 "본인 점수 아니라고 편하게 던졌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지나갔다. 또한 이준영이 '(자신의 책임 주자가) 한 명이라도 들어오면 무시하려고 했다'고 전상현에게 말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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