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못 치면 또 2군 갈 수 있겠구나.”
KIA 타이거즈 오른손 거포 황대인(29)은 어렵게 2022시즌 주전 1루수를 꿰찼다. 129경기서 타율 0.256 14홈런 91타점 OPS 0.716으로 미래를 기약했다. 그러나 2023시즌 부진에 빠지면서 출전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2024시즌에 기적을 쓰는 듯했다. 이범호 감독이 이우성을 주전 1루수로 낙점했으나 나성범이 시범경기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그 사이 황대인이 2군 스프링캠프에서 맹타를 휘둘렀고, 국내 시범경기서 홈런왕 및 타점왕(4홈런 12타점)에 오르며 이범호 감독의 생각을 바꿨다. 이범호 감독은 이우성을 나성범이 빠진 외야로 돌렸고, 황대인에게 개막전 주전 1루수를 맡겼다.
그러나 황대인은 개막 세 번째 경기이던 2024년 3월27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서 우선상에 뚝 떨어지는 안타를 날리고 1루를 밟는 동시에 햄스트링이 파열됐다. 그대로 시즌을 날렸다. 햄스트링에 피가 오래 고여 재활 기간이 길어진 게 치명적이었다.
올 시즌에도 주전 1루수는 있다.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이다. 그러나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기 아웃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위즈덤이 3루로 이동하면서, 황대인은 오선우와 함께 번갈아 1루수로 나간다. 오선우가 외야도 가능하다. 변우혁도 최근 타격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황대인이 컨디션만 좋으면 꾸준히 1루수로 나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마침 올해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13경기서 타율 0.432 8타점으로 정확한 타격을 선보였다. 더 이상 2군에선 보여줄 것도 없고, 내년이면 만 서른이다. 황대인은 지금이 올 시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에 나간다.
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서 교체투입돼 코디 폰세의 몸쪽 높은 공을 좌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3-5로 뒤진 6회말에는 1사 1,3루서 박상원의 포크볼을 좌중간 동점 2타점 2루타로 만들었다. 본인은 똑같이 타격한다고 하는데, 확실히 큰 것만 노리지 않고 상황에 맞는 대처가 눈에 띈다.
9경기서 타율 0.226 1홈런 8타점 2득점 OPS 0.705. 그래도 득점권에선 0.444로 괜찮다. 황대인은 8일 경기를 마치고 “홈런이 한 2년만에 나왔다(2023년 9월 9일 광주 LG전 이후 638일만). 장타는 내가 치고 싶어서 치는 게 아니다. 스팟에만 맞으면 나온다고 믿는다. 꾸준히 연습하고 훈련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2군에선 간결한 타격을 신경 썼지만, 1군에선 그렇지도 않다. 황대인은 “지금은 예전이랑 같다. 2군에선 공을 많이 보려고 했다. 출루율 쪽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여기선 그냥 똑같이 장타를 생각한다”라고 했다. 결국 황대인은 장타로 어필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걸 스스로 안다.
절박했다. 황대인은 “오늘 못 치면 또 2군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려놓으려고 했다. ‘또 가면 다시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고생보다 가족이 더 힘들다 보니 내색을 못했다. 애가 태어나다 보니 힘들어도 집에 가면 행복하다”라고 했다.
작년의 불운도 이제는 덤덤하게 얘기한다. 황대인은 “그땐 한~두달 힘들었다. 계속 생각나고 그랬는데 그것도 이겨내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니까 괜찮아졌다. 그만 둘 게 아니니까 재정비하고 얼른 나아서 복귀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라고 했다.

책임감이란 거창한 말보다, 묵묵히 땀을 흘리는 것만이 답이란 걸 안다. 황대인은 “책임감보다 그냥 묵묵하게 하려고 한다. 지금 함평에서 올라온 친구가 많다. 그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긴장도 풀리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 앞으로 매일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득점권에선 믿을 만한 타자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냥 연습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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