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얼음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인공적으로 단백질을 생성할 시 발생하는 암모니아 등 환경오염물질 문제 걱정이 없어 차세대 바이오·공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극지연구소(KOPRI)는 극지의 얼음으로 단백질을 정제할 수 있는 ‘얼음 친화 정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단백질 정제는 생명과학 연구에서 특정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는 인슐린이나 인터페론 같은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필수 공정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고가의 독성 합성 물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과 환경 문제 부담이 크다. 또한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 손상 가능성도 존재했다.
때문에 최근 주목 받는 것이 ‘얼음결합 단백질(IBP, Ice-Binding Protein)’이다. 이는 자연에서 얼음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단백질이다. 특히 남극과 북극 등 극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를 실제 단백질 생산 기술로 활용하는 연구는 아직까지 미비한 수준이었다.

이에 도학원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팀은 북극 영구동토에서 찾은 미생물에서 유래한 ‘DUF3494’ 계열 얼음결합 단백질(이하 DUF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높은 열 안정성과 얼음결합 활성 덕분에 얼음의 성질을 왜곡시키지 않고 결합할 수 있다. 때문에 산업 공정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됐다.
연구팀은 DUF 단백질을 꼬리표, 태그(tag)처럼 활용하는 얼음 친화 정제(Ice Affinity Purification, IAP) 시스템을 설계해 정제 과정에 적용했다. DUF 단백질의 얼음 결합 특성을 이용해 목적 단백질만 얼음에 부착시키고 불순물은 씻어내 고순도의 단백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얼음 친화 정제 시스템의 회수율은 87%로 단백질을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고성능 정제 시스템과 비교하면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실험 규모를 키워서 대량 정제 공정에 적용하면 회수율 향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얼음결합 단백질 기술은 단백질 정제 태그뿐 아니라 냉동 보존, 생명소재, 친환경 바이오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극지 유래 생물자원의 산업적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바이올로지컬 매크로몰리큘스(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Macromolecules)’에 6월 자로 게재됐다. 또한 극지연구소에서는 이번 연구를 국내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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