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주전들 빠졌다고 야구 안 하는 건 아니니까…”
KIA 타이거즈 ‘호령존’ 김호령(30)은 2015년 2차 10라운드 102순위로 입단한 후 10년간 수비형 외야수로 살았다. 지명 순번을 보듯 프로에서 10년간 살아남은 원동력은 수비다. 외야 수비 하나만큼은 기가 막힌다. 발이 빠르고, 경험이 많아 예측을 잘 한다. 박해민(LG 트윈스) 등 중견수 수비를 잘 하는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 김호령의 타격을 살리려고 KIA 전임감독들이 애를 많이 썼다. 그렇다면 통산 691경기서 타율 0.237 20홈런 127타점 OPS 0.647를 기록한, 이제는 중고참 외야수의 방망이는 정말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김호령은 요술방망이를 들 일이 없을까.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근 좀 달라 보인다. 올 시즌에도 성적은 21경기서 타율 0.263 5타점 7득점 OPS 0.712로 별 볼일 없다. 그러나 최근 10경기만 추리면 어지간한 공수겸장 외야수에게서 기대하는 지표다. 33타수 11안타 타율 0.333 5타점 4득점이다.
5월 마지막 주, 키움 히어로즈와의 광주 3연전이었다. 당시 김호령은 경기 전 이범호 감독과 한창 타격에 대해 대화했다. 알고 보니 이범호 감독은 김호령에게 오픈스탠스 대신 클로즈 스탠스를 권유했고, 김호령이 받아들인 순간이었다.
김호령은 컨택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고,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오픈 스탠스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는 대신 자신의 존에 들어온 공을 확실하게 칠 수 있는 클로즈 스탠스가 김호령에게 좀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이범호 감독의 판단이 적중했다. 김호령이 현재 2루타를 뻥뻥 때리는 건 클로즈 스탠스로 바꿨기 때문이다. 또한, 이범호 감독은 김도형이 열렸던 왼발을 닫았지만 바깥쪽 코스의 공을 무리하게 밀어서 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저 들어오는 공을 편안하게, 강하게 치길 바랐다.
김호령은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마치고 “발을 빼고 쳤을 때는 골반이나 어깨가 빨리 열리고 해서 그랬던 것이다. 지금도 경기 중에 그게 간간히 나오긴 하는데, 그래도 발이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좀 더 좀 덜 빠지고, 좋은 게 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확실히 감이 좋아졌다. 긴장도 덜 되고 공도 잘 보인다”라고 했다.
KIA 외야진이 초토화되면서, 이범호 감독은 수비가 가장 안정적인 김호령을 붙박이 중견수로 쓴다. 그러다 보니 타격감도 올라왔고, 감독에게 계속 써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했다. 김호령은 “그전엔 띄엄띄엄 나가서 뭘 하려고 해도 잘 안 됐다. 이제 계속 나가다 보니 내 존도 생겼고 타격 결과도 좀 나오고 있다. 주전들이 다 빠졌고 내가 해야 하다 보니 감독님, 코치님들 말에 더 귀 기울였다”라고 했다.
김호령은 작년 한국시리즈 준비과정에서 타격훈련을 하다 부상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는 “집에서 한국시리즈를 봤다”라고 했다. 그래도 “잘 하려고 하다 다쳤다. 뭐 시간이 지났으니까 괜찮다”라고 했다.
김호령의 심금을 울린 사람은 이범호 감독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최고참 최형우의 한 마디도 크게 와 닿았다. 최형우는 지금 주축으로 뛰는 선수들에게 주전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말고 1~2달 제대로 미쳐서 자리를 잡으라고 주문했다.
김호령은 “주전들이 빠지니까 책임감도 있고, 타석에서 한번이라도 더 출루하려고 하다 보니 집중도 더 잘 된다. 형우 형 말은 정말 맞는 말씀이다. 주전 빠졌다고 야구를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가 왔다. 나한테도 기회가 왔으니까 그걸 잘 살리려고 열심히 한다”라고 했다.

KIA는 정상전력이 아님에도 최근 다시 한번 3연승하며 마침내 승패마진 +1을 만들었다. 김호령을 비롯한 새로운 주전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