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6월 4일 새로운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했다. 4일 오전 5시경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완료되며 이재명 후보가 49.42%(1,728만7,513표)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시작된 이번 6.3대선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사법부의 대선 개입 논란부터 단일화를 가장한 강제 후보 교체 시도와, 선거 막판 네거티브로 포장된 혐오조장 비방전까지 끊임없이 정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 파기환송… 사법부 대선 개입 논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4월 4일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치러진 조기 대선이다. △4월 8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4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월 15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대선 출마를 알렸다. 대선 기간 초반에는 탄핵 정국이었기 때문에 대세는 이재명 후보였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어대명)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었고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도 이 후보는 89.77%의 득표율을 보이며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안착했다.
반면 거대 양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8명의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러야 하는 혼란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출마도 하지 않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단일화가 거론되며 국민의힘의 경선 이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집중됐다.
내란 심판을 내세우며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민주당은 5월 1일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린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사실상 논란이 종식된 상태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를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다시 뒤엎었다. 이로 인해 사법부는 대선 개입 논란에 휘말렸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혼탁한 대선판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유력 대선후보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던 이재명 후보는 또 다시 사법리스크 논란으로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수적 우위를 앞세워 입법질주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종식시킬 수 있는 법안들을 줄줄이 발의하며 일사천리로 대응했다.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 공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면서 격앙됐던 이슈는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일단락 됐지만 민주당은 ‘입법폭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 단일화… “한덕수 새치기 안돼”, “이준석 우리는 한편”
대법원 파기환송 이슈는 ‘반명(反이재명) 빅텐트’를 만들었다. 조기 대선의 원인 제공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선국면에서 이렇다 할 승기를 잡지 못하던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 이슈를 파고들며 한덕수 전 총리 차출론을 꺼내든다. 이미 경선 과정에서도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여부가 주요 어젠다로 언급될 만큼 국민의힘은 경선보다 단일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에 한덕수 전 총리는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5월 1일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사퇴를 하고 다음날인 2일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그리고 3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긴박한 속내를 내비친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자당의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인다.
당초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승리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한덕수 무소속 후보로의 흡수 단일화에는 선을 그으며 파장을 낳는다.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단일화를 가장한 후보 교체를 강행한다. 단일화 약속을 어겼다는 게 이유였는데, 이 과정이 야심한 시각 기습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른바 ‘정당 쿠데타’라 불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

하지만 전체 당원을 상대로 진행한 투표에서 ‘후보 교체 반대’가 찬성에 앞서면서 당 지도부의 기습적인 후보교체 시도는 무위로 돌아간다. 결국 김문수 후보는 5월 1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등록한다. 한덕수 후보는 무임승차, 새치기 등 숱한 뒷말을 낳으며 공식 출마를 선언한지 불과 9일만에 사퇴하고 대선판을 떠난다. ‘기호 2번 한덕수 대선후보’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후보에 안착한 김문수 후보는 이번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TV토론 이후 지지율 상승세가 확인되면서 보수진영 후보의 단일화만이 이재명 후보를 앞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향한 총공세를 펼친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중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두 번이나 열며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힌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던 국민의힘은 6월 3일 투표일 직전인 2일,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하며 단일화를 포기한다.
◇ 네거티브… ‘혐오’ 조장과 도를 넘어선 비방
단일화 포기 속내에는 이준석 후보의 리스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이준석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줄곧 네거티브로 일관한다. 그러던 중 ‘여성혐오’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다. 온가족이 시청하는 TV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라 파장이 일파만파였다.

유권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탄핵정국이란 불안한 상황 속에서 펼쳐진 대선인 만큼 혼란스런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대선후보를 뽑고 싶었던 국민들은 실망감이 컸다. 네거티브도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는 ‘전략’이 아니라 그저 ‘도를 넘는 비방전’으로만 비쳐졌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유세 내내 ‘반이재명’을 외쳤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청사진은 들을 수 없었다. 오직 “이재명은 안 된다”는 말로 시작해 “이재명은 안 된다”로 끝나는 유세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도 선거 막바지 거칠어진 타 후보 비방의 목소리는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60일간의 대선은 △사법 쿠데타 △정당 쿠데타 △입법폭주 △빅텐트 단일화 △젓가락 △여성혐오 △갈라치기 등 부정적인 단어들만 유권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했다. 이번 대선은 국민이 지킨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말처럼 과거를 반성하며 이제는 앞으로 나가야 함을 국민의 리더들이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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