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특파원 칼럼]이재명 당선에 긴장과 탐색 공존… 일본의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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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한국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식 취임했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보수계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를 거머쥐었으며, 취임 당일 곧바로 5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대선은 한국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정국의 혼란 속에서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작년 12월에 단행한 '비상계엄령' 선포는 헌법상 권한을 넘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탄핵 사유가 되었고, 이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선거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해당 사태를 "내란"이라고 규정하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당선 확정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는 이재명 대통령/NHK 보도분 캡처(포인트경제)
당선 확정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는 이재명 대통령/NHK 보도분 캡처(포인트경제)

당선 직후 이 대통령은 "국민의 통합은 대통령의 책임이다"라며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계엄령 이후 심화된 정치적 대립과 증오의 감정을 해소하겠다는 발언은, 갈등의 피로감을 느껴온 유권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는 또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간에 의한 문민통치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보수진영이 유력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표가 분산되었고, 공천 혼란과 후보 교체 시도의 여파로 조직력이 약화되었다. 여당 내의 갈등은 선거전 내내 노출되었고, 김문수 후보가 과거 계엄령 지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사과하는 등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그간의 강경 이미지에서 벗어나 무당층과 보수 유권자를 의식한 절제된 언행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전통적 보수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에도 꾸준히 방문하며 중도 확장에 공을 들였고, 이 점이 유권자에게 일정 수준의 변화 의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내란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규정했던 이재명 후보는, 당선 이후에도 일관되게 이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의회 다수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정국 운영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여전히 여러 건의 형사재판을 진행 중인 점은 정권의 불확실성으로 지적된다. 특히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기존 기소 사건의 재판 절차가 지속될지 여부는 한국 사법제도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한국과 일본은 전략적 환경 속에서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존재"라고 언급하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구축된 한일관계의 기반을 계승하되, 새로운 정권과의 신뢰 구축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축하 성명을 발표하며, 한미동맹의 지속성과 한미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 역시 선거기간 중 대미관계 유지를 강조해 온 만큼, 외교정책의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산케이 신문은 과거 그의 반일적 발언과 강경한 외교노선을 비판하며, 한국의 보수계 인사들이 발간한 이른바 '망언집'을 통해 이 대통령의 외교적 일관성 부족을 지적했다. 자위대 훈련에 대한 비판적 시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선전포고"에 비유한 발언 등은 여전히 일본 보수층 내 반감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최근 이 대통령이 실용외교와 한일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당분간 그의 실제 행보를 지켜보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모색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느낀 것은,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일본 사회가 여전히 경계의 대상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려는 두 흐름이 병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의 과거 발언들이 일본 내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되며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치인의 외교적 언급이 일본 보수층의 경계심을 유독 자극하는 구조는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역사 인식과 민족 감정이 얽힌 복합적 맥락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신뢰의 간극이 깊은 상황에서 양국 지도자가 불신을 해소하려면, 감정적 대응보다 제도적 신뢰를 축적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역사문제와 안보 현안은 분리해 다루고, 경제·시민 교류는 제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주의 외교가 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조치들이 따라야 하며, 교과서, 관광, 청년 교류 등 일상 외교의 공간에서부터 신뢰를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서울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요미우리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서울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요미우리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한편, 북한 정책에 있어서는 대화 재개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압박 중심 노선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접점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측은 여전히 한국을 "평화통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어, 남북관계의 단기적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사회통합, 사법리스크 해소, 대외신뢰 회복이라는 삼중과제가 놓여 있다. 강성 지지층과 온건 실용 노선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그의 5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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