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알렉 감보아가 99구째에 155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수확했다. 첫 등판에서는 '예의바른 인사'가 발목을 잡았지만, 루틴을 없앤 뒤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감보아는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7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승을 손에 넣었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투수 한 명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지난 2022시즌부터 롯데에서 뛰었던 찰리 반즈가 부진했던 까닭.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시즌 초반의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올해 반즈의 모습은 예년과 달랐다. 부진의 시기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이에 반즈가 등판한 8경기에서 롯데는 3승 5패로 승률이 좋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악의 상황까지 찾아왔다. 반즈가 지난달 4일 NC 다이노스전이 끝난 뒤 병원 검진에서 왼쪽 견갑하근 손상 소견을 받게 된 것. 심지어 마운드 복귀가 아닌 회복에만 8주가 걸린다는 점은 '날벼락'과도 같았다. 이에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물색에 돌입했고,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 소속돼 있던 알렉 감보아를 품에 안았다.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고, 마이너리그에서 성적도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최고 159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이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첫 등판은 아쉬웠다. 지난달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베일을 벗은 감보아는 4⅔이닝 동안 무려 9의 삼진을 솎아냈으나, 5피안타 3사사구 4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등판 결과보다는 과정이었다.


당시 감보아는 예의가 발라도 너무 발랐다. 투구 직전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루틴으로 인해 KBO리그 역대 9번째 트리플 스틸(삼중도루)를 허용하는 등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롯데는 감보아가 루틴에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등판 간격을 조절해줬고, 무려 일주일이 지난 3일 키움을 상대로 두 번째 등판에 임했다. 그리고 감보아는 기대에 걸맞은 투구로 보답했다.
감보아는 1회초 송성문-최주환-임지열로 이어지는 타선을 상대로 최고 155km의 강속루를 뿌리는 등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4점의 지원을 등에 업은 2회초에는 이형종과 오선진에게 연속 안타를 맞는 등 2사 2, 3루에 놓였으나, 어준서를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3회 다시 한번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순항했다.
흐름을 탄 감보아의 투구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감보아는 4회 임지열을 2루수 땅볼, 김건희를 유격수 땅볼, 이형종을 삼진 처리하며 완벽한 투구를 거듭했고, 5회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으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리고 6회초에는 선두타자 박수종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으나, 단 6구로 후속 타자들을 요리하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까지 완성했다.

6회에 투구수를 많이 줄여내면서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자, 내친김에 감보아는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에도 도전했다. 그 결과 감보아는 선두타자 김건희를 상대로 3B-0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삼진으로 솎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고, 후속타자 이형종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리고 오선진을 상대로는 0B-2S에서 마지막이 되는 99구째에 155km를 뿌리며 삼진을 뽑아내며 7이닝 무실점을 만들어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도 상위권 스타트를 끊은 롯데. 감보아가 과연 순위 싸움의 '키(Key)'가 될 수 있을까. 현재 10위에 머물러 있는 키움을 상대로,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을 속단할 순 없다. 하지만 2경기 만에 첫 승을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로 만들어낸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대목. 일단 자신감이 붙는 등판이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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