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인가' 前 두산 에이스, 키움 유니폼 입고 두산에 승리→이승엽 자진 사퇴 쐐기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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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마이데일리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키움의 경기. 키움 선발 알칸타라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팀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두산 출신' 라울 알칸타라(키움 히어로즈)가 쐐기를 박은 셈이 됐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이를 수용하며 결별이 확정됐다.

마지막 경기가 자연스럽게 결정타가 됐을 터. 두산은 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키움은 알칸타라를 선발로 내보냈다. 알칸타라는 지난 2019년 KT 위즈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했다. 2020년 두산으로 이적해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리그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2021~2022년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알칸타라는 2023년 두산에 복귀했다. 이때 이승엽 감독도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알칸타라는 이승엽 감독의 지휘하에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로 호투했다.

2024년 문제가 생겼다. 알칸타라는 계속해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단순 염좌 소견에도 알칸타라는 공을 던지지 못했다. 기존 주치의의 진단을 받으러 미국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미국 주치의 역시 염좌로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이승엽 감독은 불편한 기색을 노출했다. 알칸타라는 부상과 부진 여파로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에 그쳤고, 시즌 도중 방출됐다.

두산 베어스 시절 라울 알칸타라./마이데일리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키움의 경기. 키움 선발 알칸타라가 1회초 김재환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멕시칸 리그를 전전하던 알칸타라는 야시엘 푸이그의 대체 선수로 키움 선수단에 합류했다. 당시 키움은 "올 시즌 공격력 강화를 목표로 외국인 타자 2인 체제를 운영해 왔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팀이 최하위로 처진 현 상황을 타개하고 실질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선발진 강화를 통한 마운드 안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모였고, 이에 따라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키움 데뷔전은 1일 두산전으로 정해졌다. 경기 전 알칸타라는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갖고 있는 것을 동원해서 좋은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들린 위기관리 능력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1회 2사 1, 2루, 2회 2사 1, 2루, 3회 2사 1, 2루, 4회 1사 3루, 6회 2사 2루를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자범퇴는 5회 한 번 뿐이다. 9번의 득점권 위기를 안타 없이 단 1개의 볼넷으로 넘겼다.

키움 타선은 2회 안타 3개를 묶어 알칸타라에게 선취점을 안겼다. 이준우(⅔이닝 무실점)-주승우(1⅓이닝 무실점)-원종현(1이닝 무실점)이 각각 호투하며 알칸타라에게 키움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347일 만에 맛본 KBO리그 승리다.

이날 승리로 키움은 창단 처음으로 이틀 연속 1-0 승리를 챙겼다. 또한 4월 26~27일 인천 SSG 랜더스전 이후 35일 만에 위닝 시리즈를 작성했다. 5월 31일 승리 전까지 키움은 10연패에 빠져있었다. 창단 최다 불명예 기록이다. 두산 상대로 연패를 끊었고, 연승 기세까지 탄 것.

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키움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반대로 말하면 두산에는 치명적인 패배다. 5월 30일 9-4로 대승을 거뒀지만, 이틀 연속 타선이 힘을 쓰지 못했다. 2경기에서 도합 19개의 잔루를 내줬다. 국내외 에이스를 쓰고 모두 패해 더욱 충격이 컸다. 잭로그(7이닝 1실점)와 최승용(6⅓이닝 1실점)은 호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키움에 연패를 당한 뒤 이승엽 감독은 자진 사퇴를 택했다. 키움전이 결정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두산' 이승엽 감독의 마지막 경기에서 '전 두산 에이스' 알칸타라가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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