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인천=손지연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지역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 직후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 앞 유세장으로 이동해 “사전투표를 저희 딸과 했다”며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해 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유세장에서 만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사전 투표 독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사전투표 폐지’를 거론했으나 이제와 태도가 돌변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윤석열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과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국민의힘 간 이견 차이가 두드러졌다.
◇ 김문수, 사전투표 폐지 찬성한다면서도 “안하면 불리”
그는 사전투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 부실관리를 주장했는데 해소가 됐냐’는 취지의 질문에 “관외투표를 하면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가지 관리 부실이 일어날 수 있어 부정선거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짚었다. 자신이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 후보는 “그런데 저희는 이번에 철저하게 관리해서 그런 부분(부정선거 소지)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은 극우 유튜버들이 확대 재생산한 부정선거론에 감화돼 ‘중국발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으로 자리 잡은 이들은 국민의힘 당내 경선 기간 내내 김 후보의 든든한 우군이었지만, 사전투표를 놓고 김 후보에게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를 아예 안 해버리면 하루 만에 투표해야 되는 데 투표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투표율이 떨어지거나 투표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 지지층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선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희는 사전투표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도 또 투표를 반드시 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이를 위해서 사전투표도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제도를 개선하고 없앤다든지 이런 것들에 저는 찬성한다”면서도 “만약 안 해버리면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 우리가 불리해지기 때문에 제가 먼저 투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투표 관리 부실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사전투표를 독려하지 않으면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 윤석열 강성 지지층, 김문수 '사전투표'에 분개
김 후보는 이날 사전투표 직후 ‘대역전의 서막, 인천’이라는 표어를 붙인 부평구‧서구‧계양구 집중유세에 나섰다. 6‧25 전쟁 당시 역전을 만들어낸 인천상륙작전을 연상시켜 인천에서부터 대선 승리를 위한 역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부평 문화의 거리에 정차된 유세차 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저는 조금 전에 여기 원희룡 전 장관이 계신 계양구에서 저희 딸과 사전투표했다”며 “사전투표도 하고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야겠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중하고 깨끗한 한 표만이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다시 한번 사전 투표를 독려했다.
하지만 해당 유세 직후 <시사위크>와 만난 지지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은 확신에 찬 어조로 ‘중국발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하게 주장하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당선될 당시만 해도 ‘사전투표 폐지’를 강조하던 김 후보의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붉은 옷과 모자까지 국민의힘 선거 캠페인 색으로 중무장한 60대 후반의 한 여성 지지자는 “유세차에서 마이크를 잡고 저런 얘기를 왜 하냐”며 “사전 투표가 우리의 문제(현안)인데 자꾸 사전투표를 하라고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지지자는 평당원 신분이지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친분이 있고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기도 했다며 인천 지역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자신이 가진 입지를 강조했다. 평당원인데도 유세차 위에 올라 의원들과 함께 마이크를 잡아달라고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당선될 때는 사전투표 폐지한다고 하더니 가뜩이나 지금 지지율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 왜 당사자가 그런 유세를 하느냐”며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난리가 났다. 사전투표 독려하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앞에 사람들도 빠졌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여성 지지자도 “다들 저 유세 보고 열 받아서 그냥 간다고 그런다”며 “열 받아서 지금 주저앉아 있는 거다. 아니 무슨 사전 투표냐”고 울분을 토했다.
함께 온 다른 지지자도 맞장구치며 “우리도 그렇게(사전투표 하지 말라) 독려하고 있는데 본인이 저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유튜브에도 벌써 지금 진행되는 사전투표에 문제가 있다고 뜨는데 본인이 저렇게 다시니면 가뜩이나 한 표라도 끌어모아야 되는 상황인데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지 이유를 얘기해야 하는데 막연하게 ‘불리하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50대 여성 지지자는 “대선 국면이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나는 절대 사전 투표를 하지 않고 당일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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