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야구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그냥 감격스럽다"
박승규(삼성 라이온즈)가 사자 굴에 돌아왔다. 정식 선수 전환 후 첫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2000년생 박승규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8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1군에 데뷔해 14경기에서 타율 0.190을 기록했다.
호수비로 이름 석 자를 야구팬에게 알렸다. 지난 2020년 6월, 당시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던 박동원(LG 트윈스)이 우익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이 타구는 회전이 강하게 먹혀 우측 파울라인으로 계속 휘어졌다. 박승규가 끝까지 따라가 다이빙, 장타를 지워내는 엄청난 수비를 선보였다. 중계 화면에는 박동원이 "미친 거 아니야?"라고 감탄하는 장면이 찍혔다.
수비는 여러 차례 인정을 받았지만, 타격은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타율 커리어 하이는 2020년 기록한 0.258이다. 2021년 0.182, 2022년 0.216에 그쳤다.

상무 입대로 돌파구를 찾았다. 2022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단했다. 2023시즌 7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을 남겼다. 2024년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상무 제대 후 삼성에 복귀했지만, 부상 여파가 이어지며 육성 선수 계약을 맺었다.
부상을 털어내자 타격이 살아났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26경기에서 89타수 34안타 5홈런 27타점 타율 0.382 OPS 1.048을 적어낸 것. 50타석 기준 타율, 장타율, 타점 모두 팀 내 1위다. 출루율은 3위.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다. 지난 23일 삼성은 박성규와 정식 선수 계약을 맺고 1군에 콜업했다. 등번호는 66번을 받았다. 당시 박진만 감독은 "외야 쪽에 (김)지찬이가 지명타자를 번갈아 가면서 관리를 해줘야 되는 상황이라 외야 보강이 필요했다"며 "(박)승규가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해 주고 있어서 등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승규는 24일 대구 삼성전 8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2022년 10월 8일 SSG전 이후 959일 만에 1군 출전. 이날 2타수 무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박승규는 25일 3타석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27일 대구 롯데전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적어냈다. 복귀 후 첫 멀티 히트 경기.


경기 후 박승규는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충실하려고 한다"며 "1군 올라가서 똑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게끔 준비를 했다"고 그간 2군 생활을 설명했다.
이어 "결과를 계속 좇다 보니까 과정에 집중을 하지 못해서 제가 많이 흔들리더라. 그런데 과정을 충실히 하다 보면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다 보니, 멘탈도 좋고 결과도 잘 나오더라"고 밝혔다.
약 3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다시 라이온즈 파크에 돌아왔다. 박승규는 "팬분들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일단 야구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그냥 감격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설적인 장면을 만든 박동원과 몇 번 접촉했다고 한다. 박승규는 "같이 밥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 해주시면서 장난치시더라. (타석 설 때마다) 되게 반가워해 주신다. 성격이 정말 좋으시다"라며 웃었다.
한편 박승규는 특유의 뜨거운 눈빛으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진이 장난삼아 이를 언급하자 "눈빛은 원래 이글이글했다. 좀 더 성숙한 이글이글이 됐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박승규는 성숙한 선수가 됐다. 앞으로 라이온즈 파크를 휘저을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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