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김성철 "제가 한 '투우'는 무결점이래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배우 김성철/NEW, 수필름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요? 그런 말을 누가 해주셨어요. '네가 한 투우는 무결점이야'라고."

김성철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김성철은 극 중 20여 년간 레전드 킬러 조각을 추격한 끝에 신성방역에서 마주하는 투우 역을 맡았다. 김성철은 냉혹한 킬러의 면모와 함께 조각을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을 동시에 분출해 내며 지독하게 얽힌 두 킬러의 관계를 궁금하게 만든다.

배우 김성철/NEW, 수필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인기 원작 덕에 '파과' 영화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김성철은 "소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며 "웹툰은 시각적인 정보가 있어 싱크로율을 맞추기 힘들고 위험부담도 크다. 소설도 글에 맞춰야 하지만, 각자의 상상이 반영된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동을 상상하며 쫓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우는 김성철의 생각이 반영돼 탄생했다. 투우를 본 관객들을 '쟤 왜 저러지?'라는 방향으로 의도했다. 그 성격과 행동에 의문을 품어야만 결말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과'에서는 빌드업이 중요했다. 미스터리 킬러물이기에 의문이 들어야 했다. 투우의 말과 행동은 겉만 있고 속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줘야 했다. 김성철은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파과'에서는 진심을 담아 거짓으로 풀어내며 투우를 완성했다.

"힘들기보다는 그걸 채워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투우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었고요. 감독님은 추상화, 현대미술 화가 같은 느낌이 들어요. 대화를 할 때면 평소에 듣지 못하는 단어들이 불쑥 나오고, 건드리는 부분들이 다르거든요.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제가 디자인하는 것보다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었습니다."

배우 김성철/NEW, 수필름

그런 투우를 관통하는 인물이 바로 조각이고, 조각으로 분한 이는 대선배 이혜영이다. 김성철은 "선생님은 조각으로 들어가기 전 간단히 세팅만 하셨고,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사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 같은 말이 오갈 이유도 없었다. 리허설을 했을 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너무 따뜻하다. 우리 어머니도 이혜영 선생님 성격이 어떠냐고 궁금해하셨다. 너무 따뜻하고 우아한 분이다. 여태 작품을 보면 성격이 까칠할 거라 생각하시는데 정반대다. 그래서 촬영할 때 너무 좋았고 힘든 일이 거의 없었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김성철이 바라본 투우의 조각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집착'이었다. 그는 "나도 집착하는 게 가끔 있다. 공연할 때 잠을 여덟 시간 이상 못 자면 미쳐버릴 것 같다. 털이 곤두서고 방해받으면 엄청 기분이 안 좋다. 그런 면에서 집착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투우는 어떤 인물에 대한 집착이기 때문에 굉장히 강렬했다. 여자친구도, 엄마도 아닌데 어떤 한 사람을 집착한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투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꽤 재밌는 작업이었다. 한 사람에게 집착하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성철/NEW, 수필름

그렇다면 김성철은 강렬한 집착을 품은 투우의 감정선을 어떻게 납득했을까. 그는 "표현 방식의 차이가 오해를 만든다. 나도 큰 트러블은 없었지만, 학창 시절 말다툼했던 기억이 있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미안해' 대신 '네가 잘못했잖아' 이런 식"이라며 "투우는 자기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도 없고 해 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계속 관심을 끌려고 더 쏘아붙이고 괴롭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투우의 감정선은 '쟤 진짜 왜 저러나'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게 맞다. 그 감정선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이야기하면 되잖아' 하는 편인데, 투우는 계속해서 솔직하지 못하고 더 어둡고 비틀린 방식으로 끌고 온다. 만약 내 친구였으면 '그만해라. 가서 이야기해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우의 정신연령을 엄청 낮게 봤어요. 소설에도 그렇게 되어있고요.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투우는 성장을 아예 못한 아이였어요. 거기에 멈춰있는 거예요. 나이만 30대고요. 그걸 표현하는 게 되게 재미있었고, 그래서 자꾸 날 것으로 접근했어요."

배우 김성철/NEW, 수필름

그런 감정의 끝에서 투우와 조각이 마주하는 마지막 액션신은 '파과'의 하이라이트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 때로는 해 질 때까지 무려 일주일 간 촬영됐다. 60대 킬러 조각과 혈기왕성한 청년 투우가 맞붙어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액션을 펼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우와 조각이 왜 싸우는지였다.

단순한 액션합이 아닌 감정이 녹아든 장면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촬영이 끝난 뒤 김성철과 이혜영, 민규동 감독은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김성철은 "결국 딱 마지막에 끝이 났을 때, 감독님과 선생님 두 분 다 내게 어른이지 않나. 두 분이 끝냈다는, 해냈다는 의미의 깊은 한숨을 쉬시더라. 그게 감동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 액션신이 지나고 맞이한 결말, 김성철은 투우가 조각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죽음이 필요했다고 봤다. 생과 사의 기로에 서지 않았다면 끝내 마음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고, 만약 실수로 조각을 죽였다면 그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투우는 어쩔 수 없이 '그런 형태'의 결말을 맞이했다.

"죽으면 죽는 거지"라며 죽음의 순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김성철이지만, '파과'에서는 그조차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그는 "후시 녹음을 여섯 번인가 했다. 내가 상상한 투우는 말도 호흡도 못 하는 상태였다"며 "현장에서는 그런 부상을 생각해 말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는데, 감독님은 투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관객들이 듣고 싶어 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성철/NEW, 수필름

"최근에 약간 결이 비슷한 캐릭터들을 계속해왔는데, 투우가 그 역할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 결핍 가득하고 한 가지를 쫓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잘 메이킹해낸 것 같아요. 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때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으로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투우를 돌아본 김성철은 자신의 바람도 전했다 그는 "내 작품이지만 '파과'가 인생작이 됐으면 좋겠다"며 "배우로서는 한철 장사이고 싶지 않다. 그건 내 배우로서 가치관과 너무 상반된 일이다. 나는 길게 하고 싶다. 굵고 짧게, 가늘고 길게도 아니고 그냥 길게 이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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