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보수 결집과 단일화 포석까지… 분주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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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옥천·당진=김두완 기자  김문수 후보가 전방위 행보를 보였다.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팬덤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은 물론, 주요 당무에 대한 대통령의 개입 금지를 골자로 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포석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또 대선의 ‘캐스팅 보트’인 충청 민심을 살피기 위해 충남의 계롱·논산·공주·보령·홍성·서산·당진·아산 지역을 돌며 유세를 펼쳤다.

◇ 박근혜 예방… 보수 결집 시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4일 충북 단양, 경북 영주·안동·상주·김천·구미 등 경북권을 돌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1시간 남짓 차담을 통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는 정말 진심으로 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해졌다.

다음날(25일)은 첫 일정으로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참배를 진행했다. 전날(24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이어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것인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팬덤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경북 구미를 비롯해 충북 옥천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김문수 후보가 적극적인 방문을 통해 보수 결집을 시도한 셈이다.

이날 김문수 후보는 옥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괴산·보은·옥천·영동)과 함께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참배했다. 박덕흠 의원은 오른쪽엔 빨간색 , 왼쪽엔 파란색 끈을 맨 운동화를 신고 와 눈길을 끌었다.

옥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괴산·보은·옥천·영동, 사진 좌측에서 두 번째)이 김문수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옥천=김두완 기자 
옥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괴산·보은·옥천·영동, 사진 좌측에서 두 번째)이 김문수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옥천=김두완 기자 

박 의원은 김문수 후보를 유세 차량에 올라 “옥천이 이기면 대통령이 된다. 옥천이 중요한 격전지다”라며 “여러분의 한 표가 김문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느냐, 안 만드냐가 달렸다. 옥천군민들이 승리로 이끌어주길 부탁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덕흠 의원의 지원 유세에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언급했다.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짓의 산더미에 갇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집도 빼앗겼다. 어제 보니 밖에 나가기도 어렵고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그분이 과연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인지, 보도된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육영사 여사 생가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연신 “김문수”를 외치며 환호했다.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곳곳에선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모여 김 후보의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을 환영했다. 또 유세를 마치고 떠나려는 김문수 후보를 붙잡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지지자들이 쇄도하면서 현장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 갑작스런 ‘당무 개입 차단’ 공약… 단일화 유인책

김문수 후보는 25일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집권여당과 대통령 간의 관계, 당정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기 위해 발표한다”며 입장문의 취지를 먼저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그동안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은 많은 갈등을 낳았다”며 “특히 공천개입은 당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훼손하고, 대통령 중심의 사당화를 부추기며,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민주주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며 “이제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후보는 25일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옥천=김두완 기자
김문수 후보는 25일 충북 옥천군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옥천=김두완 기자

이어 “당정관계에서 △당정협력 △당통분리 △계파불용의 3대 원칙을 천명하고, 이러한 정신을 당헌에 명시하도록 하겠다”며 “특히 당내선거 및 공천 인사 등 주요 당무에 관련해 대통령의 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보수 결집을 위한 행보로 여겨졌던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당정관계’와 관련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인데,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 대통령과 시대착오적인 보수정치와의 제도적·정치적 절연을 의미하는 강력한 정치 메시지”라며 “김문수 후보의 이 공약은 단순한 차별화가 아니라 ‘보수 정치의 리셋 버튼’을 누르겠다는 혁신 선언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 각종 당무에 ‘윤심(尹心)’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이슈가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대선 이후에 당정관계 문제를 정리해도 늦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이날 갑자기 ‘공천 인사 등에 대한 대통령의 당무개입 금지’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것이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이 친윤 계파 정치에 의한 피해자라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바 있다. 이에 김문수 후보 입장에선 친윤 계파 정치를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의지를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김문수 후보는 사전투표 시작 전날인 28일까지 이준석 후보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각도에서 지금 만날 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된다고 말씀을 못 드리겠다. 우리가 원래 한 뿌리였기 때문에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를 향한 구애를 내비친 셈이다. 이제 사전투표 시작 전까지 단 3일, 국민들이 깜짝 놀랄 대선판의 지각변동이 발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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