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던 한국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점유율도 잇달아 내주며 위기를 맞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인 것으로 나타났다. CATL은 지난해 37.9%로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8.3% 점유율을 유지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원래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10.7%로 3위를 차지, SK온은 4.7%로 4위, 삼성SDI는 3.3%로 7위에 안착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도 중국 42%, 한국 40.3%로 중국이 1.7%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시장 역시도 중국 업체들이 상위권을 모두 독식했다. 지난해 리튬2차전지 음극재 수요량은 197만톤(t)이었으며, 음극재 출하량도 211만t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수요량과 출하량은 각각 26%, 25%씩 늘어난 수치다.
그중 출하량 상위 10곳이 전부 중국 업체로, BTR이 총 43만2000t 이상을 출하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샨샨(34만t), 신줌(21만3000t), 상타이(20만8000t), 카이진(15만8000t)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 중에는 포스코퓨처엠이 꾸준히 10위권 안에 들어왔으나, 지난해에는 2만7200t을 출하하며 11위에 머물렀다.
중국 업체들의 과잉 생산과 저가 수주 경쟁으로 점유율이 밀리자 실적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전체 영업손실은 3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6.4% 감소한 성적표를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 374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38.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다만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 공제 금액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세액 공제를 제외할 경우 8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온은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1조6054억원, 영업손실 29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액은 4.6% 하락했고 영업손실은 전년 영업손실액 3315억원과 비교해 322억원 줄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끝내고 흑자 전환했지만 다시 1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가장 뼈아픈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3조1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647억원에서 434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렇듯 이중고를 맞이한 배터리업계는 운영 및 연구개발(R&D) 자금 확보와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투자금 마련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로 외화채를 발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생산시설 및 R&D 투자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SDI은 지난 3월 1조72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9일까지 청약을 진행해 내달 14일 신주 상장 예정이므로, 내달 중순이면 확보되는 자금을 통해 미국 GM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생산 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SK온은 앞서 지난 3월 2·3년물 사모채를 각각 300억원씩 발행한 후 이달 13일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다시 한번 발행해 총 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올해까지 대규모 설비 투자를 끝내고 내년에 미국 신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도 유상증자를 통해 1조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자금 마련 후 캐나다 양극재 합작 공장, 포항·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업계가 조금 주춤한 단계"라며 "자금 조달을 통해 공장 가동률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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