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건대입구=이영실 기자 단 2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그 어느 영화보다 길고 짙은 감동과 여운을 선물한다. 영화 ‘알사탕’(감독 니시오 다이스케)이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따스한 ‘마법’을 부릴 준비를 마쳤다.
‘알사탕’은 외로운 ‘동동이’에게 찾아온 마법의 알사탕이 들려주는 따뜻한 진심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드래곤볼’ ‘프리큐어’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든 베테랑 제작진과 ‘프리큐어’ 시리즈를 탄생시킨 일본의 전설적인 콤비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 프로듀서 와시오 타카시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한국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제작한 첫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한일 문화 콘텐츠 협업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과 초청을 이어가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24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단편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제64회 즐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어린이 단편 부문 심사위원상, 제18회 삿포로 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 재팬프리미어상 수상하는 등 총 7개 영화제에서 8관왕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총 30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2005년 ‘구름빵’으로 데뷔한 백희나 작가는 ‘삐약이 엄마’ ‘장수탕 선녀님’ ‘나는 개다’ 등 상상력과 감성을 겸비한 작품들로 독자들을 매료해 왔다. 특히 손으로 직접 만든 인형과 무대를 활용해 섬세하고 독창적인 동화 세계를 구축하며 국내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해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작가상’, 제52회 한국출판문학상, 2022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에 이어 2020년에는 한국 그림책 작가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입증했다. 해당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단순한 작품 한 편이 아닌 작가의 전체 활동과 인도주의적 가치를 아우르는 업적을 평가해 선정된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알사탕’은 백희나 작가만의 풍부한 상상력과 동심을 자극하는 따뜻한 스토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세심한 3D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며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오는 28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원작자 백희나 작가와 일본 토에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는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알사탕’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개봉 소감은.
백희나 작가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게 처음은 아닌데 이상하게 오늘 제일 감동적이었다. 새삼스럽게 ‘아,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아들이 동동이를 만들 때 영감을 준 모델이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영화 속에서 아직 그대로인 모습을 보니 고맙고 반가웠다. 긴장을 잘 안하는 편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긴장되고 설렌다.”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다. 어떤 마음이었나.
백희나 작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목표가 상업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후보에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로써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면 원작자로서 몫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서 안심했다. 다만 책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고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수상이나 결과보다 완성도 있게 생각한 의도대로 나왔는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울 만큼 잘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기쁘지만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애니메이션화한다고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받아들인 이유는.
백희나 작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토에이의 작품을 잘 알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작품을 봐왔기 때문에 제안을 받고 굉장히 기뻤다. 다만 처음 의뢰를 줬을 때 너무 쉬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말했다.(웃음) 아날로그적 느낌을 원하는데 CG로 제작되면 그 느낌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했더니 CG로 모델링 해서 보여주고 그게 마음에 들면 허락해달라고 했다. 거의 1년 정도 걸렸다. 보고 피드백을 줬고 (제작사에서) 성의 있게 반응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그런 접근 방식이 굉장히 좋았다. 원작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충분히 전달됐다. 또 황금 같은 제작진이 뭉친 거라서 굉장히 기대가 됐다.”
-한국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제작한 일본 단편 애니메이션 첫 사례인데 이에 대한 소감도 궁금하다.
백희나 작가 “처음인 것은 몰랐고 감동한 지점은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한글 공부도 시작했더라. 원작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하고 싶어서 배운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애니메이션화할 때 아날로그적 느낌을 잃을까 봐 걱정도 했지만 ‘알사탕’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책인데 혹시라도 이 소중한 한국의 그림책이 일본 애니메이션화되면서 오리지널리티가 흔들리게 될까 걱정이 되게 컸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걸 깨지 않기 위해,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줬고 그 부분이 굉장히 감사했다.”

-원작의 어떤 매력에 끌려 애니메이션화하게 됐나.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일본 출판사를 통해 추천을 받았다. 처음 읽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 그림책이었고 클레이로 만든 수법이 처음 본 기법이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도 훌륭했다. 하지만 단편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로 성사되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싶어서 회사를 설득했다. 그중 하나가 영화제에 출품하겠다는 거였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그걸로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에 공개하게 돼서 더욱 기쁘다.”
-원작의 그림체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었는데 어떻게 구현하고자 했나.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제작사에서 먼저 만들어서 작가님에게 보여줬다. 중간중간 제작 단계에서 작가님에게 감수를 다 받았기 때문에 영상적으로 원작과 가깝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몇 번이나 한국에 와서 로케이션을 진행했고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감독, 제작진과 열심히 준비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가장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무의식중에 일본 아이를 대상으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한국 아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분위기를 어떻게 낼까 충분한 의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어떻게 보였을지는 관객에게 맡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상을 받고 아카데미 후보까지 오르게 된 것을 보면 한국 원작을 바탕으로 그 의도를 잘 파악해서 일본 기술로 만든 것에 대해 평가를 잘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배경도 굉장히 한국적이다. 공간을 담아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도 궁금한데.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실제 로케이션을 한 장소는 서울에 있는 한 동네다. 직접 보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게 언덕이 많다는 거였고 타이틀 로고가 나올 때 배경으로 언덕 위에서 봤을 때 대도시가 펼쳐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내가 감독에게 한국에 갔을 때 까치를 많이 봤다고 전달한 적이 있는데 감독이 알아보니 까치가 한국의 새라고 하더라. 그래서 처음 장면에 까치를 등장시켰고 동동이에게 도착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아마 감독과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또 로케이션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가 됐을 수도 있다.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과 함께 하면서 일상이 영화가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오늘도 봤는데 스태프가 도대체 몇 번 보는 거냐고 하더라.(웃음) 그 정도로 너무 다 좋아해서 어떤 장면을 고르긴 힘든데 에피소드로 꼽자면 할머니가 나온 에피소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처음 신에서 가족사진이 나오는데 그때는 그늘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거든. 하지만 사탕을 먹고 난 뒤 할머니 목소리를 듣고 사진을 비추는 장면이 있다. 가족사진이 제대로 보이게 되는데 그 신을 만들 때 동동이의 감정, 동동이를 향한 할머니의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껌을 책상에 붙이고 머리를 부딪히는 신이 있는데 한번 부딪히고 나서 다시 ‘악’ 하는 장면도 좋아한다.”
백희나 작가 “구슬이와 동동이의 대화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제안을 받았을 때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대로 복사하는 느낌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 숨어있을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 숨어있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고 하더라. 원하던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표현된 게 구슬이와 동동이의 장면이다. 그림책에서는 단순히 서로 소통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표현돼 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구슬이가 꼭 동동이 보호자 같은 태도를 보인다고 느꼈다. 한참 놀고 구슬이가 동동이에게 ‘나가서 놀라’고 권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그 장면을 두고, 구슬이가 있는 장소에 대해 감독과 굉장히 오래 토론한 기억이 난다. 감독은 꼭 베란다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했고 나는 한국에서는 베란다가 반 야외 같은 개념이라 실내에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고집했다. 그런데 완성된 걸 보니 감독이 왜 그렇게 했는지 구슬이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더라. 오후 4~5시쯤 늘어진 햇살 아래서 그림자를 만들며 걸어가는 모습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느꼈다. 그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영화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데 보면서 어떤 감상이 있었나.
백희나 작가 “장면을 만들 때 동작을 생각하면서 하기 때문에 움직임을 보면서는 놀라움이나 새로움은 없었는데 주인공 목소리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던 거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마치 동동이가 알사탕을 먹었을 때처럼 처음 동동이의 목소리를 듣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또 한국 원작 제작 계획이 있나.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한국 웹툰 원작이다. 시작 단계라서 시간이 굉장히 걸릴 것 같은데 일본이든 한국이든 관계없이 작품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생각도 해야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기다리는 한국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희나 작가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 상영 시간이 짧은 만큼 어린아이들도 와서 볼 수 있을 거다. 극장에 입문하는 첫 작품으로 많이 봐주길 바란다.”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 “일본 스태프, 일본 감독이긴 하지만 원작이 한국 작품이고 극장 개봉을 하게 된 것도 모두 한국 스태프 덕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도 한국 스태프들이 열심히 해준 덕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고 있다. 또 이렇게 영화까지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감사하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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