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시 왜 떴을까] 화두로 떠오른 자사주, 솔루엠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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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피상장사인 솔루엠은 지난 19일 기존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철회하고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 솔루엠
코스피상장사인 솔루엠은 지난 19일 기존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철회하고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 솔루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전자부품 전문기업이자 코스피상장사인 솔루엠은 지난 19일 ‘주식 소각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또한 이에 앞서 ‘주요사항 보고서’를 정정공시해 당초 발표했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한 달여 만에 자사주와 관련해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린 모습입니다.

솔루엠의 계획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지난달 21일, 솔루엠은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를 통해 자사주 처분 결정 사실을 알렸습니다. 보유 중인 자사주 118만9,315주 모두를 최대주주인 전성호 대표에게 처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분단가는 주당 1만7,750원, 총 거래금액은 211억원이었죠. 아울러 이러한 자사주 처분의 목적은 기업운영자금 및 재원 확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달여 뒤인 지난 19일, 솔루엠은 해당 공시를 정정해 당초 발표했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전면 철회했습니다. 이어 보유 중인 자사주 모두를 소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27일입니다.

이러한 계획 변경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자사주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의미합니다. 자사주 취득이나 처분은 정해진 절차와 공시 등을 거쳐야하죠. 또한 유통주식수에서 제외되고, 배당 대상에서도 빠집니다. 의결권도 없죠.

때문에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여겨지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회사의 가치엔 변화가 없는데 유통주식수가 줄어들고, 배당이나 의결권 측면에서도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인데요.

다만,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 이뤄져야 합니다. 자사주를 매입 및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일부 효과는 있지만, 자사주 소각에 이르러야 주주가치 제고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며 주당 가치가 실제로 올라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보유 중인 자사주의 경우 향후 소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처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차원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솔루엠이 당초 자사주를 모두 전성호 대표에게 처분하려고 했던 이유는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해당 주식이 시장으로 쏟아져 주가에 영향을 주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신 전성호 대표는 2.43%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지배력을 다질 수 있었죠. 전성호 대표는 현재 솔루엠 지분 14.6%를 보유 중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16.03%입니다. 지배력이 공고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죠.

결과적으로 솔루엠이 자사주 처분 계획을 철회하고 이를 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솔루엠은 주주가치 제고를 온전히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솔루엠이 이렇게 결정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요?

솔루엠의 자사주 처분 계획은 소액주주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한편으론 ‘배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죠.

그 이유는 자사주 처분 가격에 있었습니다. 솔루엠이 보유 중인 자사주의 평균취득단가는 1만9,429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231억원 규모인데요. 그런데 전성호 대표에게 처분하려던 금액은 주당 1만7,750원, 총 211억원이었습니다.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방식과 할증 등을 반영해 산정된 가격입니다만, 솔루엠 입장에서만 놓고 보면 손해를 보고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었는데요.

솔루엠으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해 자금을 수혈해주고, 해당 주식이 시장에 풀리지 않도록 해 주주들의 피해를 예방하는 게 ‘책임경영’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주가가 떨어진 시기에 자사주를 활용해 개인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시각이 나올 소지도 있죠.

앞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에 부딪혀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하고, 실제 지난 3월 10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했던 솔루엠 입장에선 최대주주에 대한 자사주 처분을 둘러싼 반발과 논란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선 국면에서 뚜렷하게 앞서나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공약으로 솔루엠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을 겁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1일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 제도화도 함께 제시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솔루엠이 당초 자사주 처분을 공시했던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이러한 공약 발표 이후 주식시장에선 자사주가 큰 화두로 떠오르며 적잖은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침 공약과 반하는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발표했던 솔루엠도 주목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없었죠.

솔루엠은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과 함께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통해 향후 경영 판단에 있어 주주가치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중대한 결정을 바꾼 솔루엠이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솔루엠 ‘주식 소각 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519800133
2025. 5. 1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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