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계엄 평가 두고 ‘갈지자’ 지속한 이유

시사위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경기도 고양 MBN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경기도 고양 MBN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판결에 대해 또다시 갈지(之)자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그간 애매한 태도를 취해 온 김 후보에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김 후보는 끝까지 ‘위헌‧위법하냐’는 물음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갈음했다. 

김 후보의 지지층 대다수가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에서 비롯되면서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의 조건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김문수, 비상계엄 위헌성 인정 회피

김 후보는 이날 오전 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계엄 반대, 탄핵 반대 입장이 맞냐’는 취지의 물음에 “제가 계엄 피해자이기 때문에 계엄은 당연히 반대”라며 “부르지 않아서 못 갔지만 그날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면 윤 전 대통령을 말리고 반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12일 채널A 인터뷰에서 ‘비상계엄에 공식적으로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엄으로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워하고 계신다”며 “수출 외교 관계 등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계엄에 대한 사과가 ‘국민 불편을 초래한 점’에 집중돼 있음을 짚으며 ‘계엄에 위헌‧위법성이 있었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후보는 이에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판결이 났다. 탄핵까지 됐다”며 “내란죄 부분은 형법상의 내란 여부, 아니면 대통령의 비상대권이냐 다툼이 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부분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위헌‧위법하다’는 데 ‘그렇다, 아니다’라는 명확한 언급 대신 사법부의 재판을 들어 답변을 피한 셈이다. 

이에 꼬리 질문으로 ‘위헌까지 인정하신다는 말씀이냐’고 묻자 김 후보는 재차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판결됐다. 내란에 대해 내란에 해당되느냐, 안 되느냐는 재판 결과를 존중하겠다”라며 앞선 발언을 반복했다. 질문자가 ‘위헌까지 인정하시는 걸로 (알겠다)’고 답변을 정리하려 하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위헌성 인정’을 회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김 후보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배반 행위라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헌재에 대한 것은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특히 판결이 계속 8대0이다. 이번만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8대0”이라며 “헌재가 만장일치를 계속한다는 것은 김정은이나 시진핑 같은 공산국가에서 그런 일이 많다”고 답한 바 있다.

이날 헌재의 탄핵 판결에 대해 '8대0 판결은 공산국가에나 있는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꼬집어 질문하자 김 후보는 “소수의견이 있으면 더 민주적이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판결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하고 저는 헌재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다. 앞서 ‘공산국가’를 운운하며 헌재에 대한 공세 수위를 올린 것과는 다른 행보다. 대선을 13일 남기고 문제가 될 만한 발언들의 수위를 낮추며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 김문수, 전략적 모호성 지속

김 후보가 이렇게 윤 전 대통령과 계엄, 헌재의 판결 등에 대해 확실하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지층의 대다수가 윤 전 대통령 지지층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20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김문수 후보 유세 현장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60대 여성 김 모 씨는 “윤 전 대통령의 혹시 모를 대안으로 김 후보를 지지해 왔다”며 “윤 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꼿꼿문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윤 전 대통령 측근으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고 선언하며 논란이 된 김계리 변호사에 대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김 후보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50대 여성 이 모 씨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70대 남성 박모 씨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여했었다”며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고 있었어야 선거 승리에 더 유리했다”고 했다. 유세 현장에 나타나는 적극적 지지층이 ‘계엄 찬성’, ‘탄핵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극우에 치우친 사람들도 지지를 하시니 거기도 어느 정도는 끌어안아야 해서 (계엄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완전히 선 긋기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욕받이로 하고 (계엄에) 애매한 태도를 가져가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별히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기조에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준석 후보 측에서 그런 거(선 긋기)를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 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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